전쟁 위기에 유가 급등, 원유 생산량 증대 압박 가중
美 천연가스 수출 증가… 유럽 내 점유율 러시아 추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는 동안, 미국 석유ㆍ천연가스 산업은 호황기를 맞았다. 수요 급증으로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는 데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대체 공급자인 미국의 수출길은 더 넓어졌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미국산 천연가스 점유율은 러시아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석유기업들은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르면 미국 석유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동안 도외시했던 시추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폭락했던 유가는 지난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무려 50%가량 뛰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달리는 상황에서 전쟁 위기로 인한 불안심리까지 더해지며 최근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최고가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댄 예르긴 부회장은 “미국 석유ㆍ천연가스 생산량 반등을 위해선 가격 인센티브가 필요했는데 이제 그 조건이 충족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미 세계적인 산유국 지위를 되찾아 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4주간 하루 평균 원유 260만 배럴, 휘발유ㆍ경유 등 정제유 420만 배럴을 수출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갈등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든 자리를 미국이 꿰찼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이 유럽으로 바쁘게 건너갔고, 아시아와 남미로 향하던 배들도 항로를 돌렸다.
IHS마킷은 1월 한 달간 LNG 형태로 유럽에 수출된 미국 천연가스양을 77억3,000만㎥로 추산하며 러시아산(75억㎥)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미국산 천연가스 비중이 러시아를 앞지른 건 사상 처음이다. 원유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도 “지난달 미국산 LNG 유럽 수출은 역대 최대치였다”며 “2월에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석유기업들은 유전에서 ‘검은 황금’을 죽죽 뽑아 올리고 있다. 현재는 하루 1,160만 배럴을 생산 중인데 올해 생산량을 하루 90만 배럴 더 늘릴 것으로 IHS마킷은 예상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하루 생산량이 1,300만 배럴로 증가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확대 움직임은 시추시설 증가로도 확인된다. 일례로 미국 석유개발 기업 베이커휴즈는 최근 일주일간 시추시설을 19개 늘려 총 516개를 운영하고 있다.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다. 미국 자산운용사 어게인캐피털 공동설립자 존 킬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석유산업이 맞이한 이른바 ‘오일 골드러시’가 더욱 공고해졌다”며 “주요 석유기업들은 단기적ㆍ중기적으로 더 많은 석유를 얻기 위해 기꺼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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