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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마약 '브리나카' 거래한 마약사범은 어떻게 풀려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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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종 마약 '브리나카' 거래한 마약사범은 어떻게 풀려났나

입력
2022.02.18 04: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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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대마 사고팔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식약처 등록 마약 아니라 처벌 피해
국과수 독성학과, 임시마약 지정 요청
"해외직구로 국내 신종마약 거래 폭증"
"코로나 뒤 대처 못하면 미국처럼 될 것"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해 적발한 신종 마약 '브리나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해 적발한 신종 마약 '브리나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체포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에서 한 내국인에게 현금 25만 원을 받고 액상 형태 합성대마 5㎖를 판매한 혐의였다. 경찰은 이 물질이 A씨가 지난해 6월 말 서울 마포구 클럽 앞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한 외국인에게 현금 170만 원을 주고 산 200㎖의 일부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더니, A씨가 사고판 물질이 대마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마약 또는 임시마약류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답변이 온 것이다. 현행법상 마약 사범을 체포하더라도 식약처 지정 마약을 다룬 게 아니라면 기소도 처벌도 불가능하다. 국과수가 부리나케 이 물질의 '공식 마약' 지정을 요청한 이유다.

필로폰에서 신종 물질로… 마약시장 세대교체

'브리나카'가 거래되고 있었던 한 마약 사이트 화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브리나카'가 거래되고 있었던 한 마약 사이트 화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17일 국과수에 따르면 이 기관 독성학과(과장 김선춘)는 지난달 식약처에 신종 마약 '브리나카'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남부경찰청이 분석을 의뢰한 액상 물질이 유엔 마약범죄수사국(UNODC)에도 등록되지 않은 마약이란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과수가 UNODC 미등록 마약 물질의 국내 유통을 확인한 건 처음이다.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에서 만난 김선춘 과장은 "브리나카가 '구글링'으로 검색되는 사이트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국내에서 이미 다량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식약처 등록이 완료되면 UNODC에도 등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 마약 이름을 브리나카로 지은 이유를 김 과장은 "바륨 계열 물질인 데다가, 우리가 이젠 '부리나케' 신종 마약을 발견해야 할 때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절대 다수였던 국내 마약시장에 신종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서울 지역 마약 압수품 가운데 필로폰과 대마를 제외한 마약의 비율은 △2018년 6% △2019년 13% △2020년 17% △2021년 40%로 폭증하고 있다. 식약처 등록 물질 기준인 만큼, 브리나카와 같은 미등록 마약까지 더하면 신종 마약 유통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 마약 유행의 저변엔 '걸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리나카가 마약으로 지정돼도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A씨 사건은 내사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 과장은 "최근 국내 마약 소매상 사이에선 '해도 안 걸리는 마약'이라는 홍보 문구가 유행"이라고 전했다.

적발 어려운 '해외 직구'로 국내 유통

김선춘 국과수 독성학과장이 16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 연구실에서 신종 마약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원다라 기자

김선춘 국과수 독성학과장이 16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 연구실에서 신종 마약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원다라 기자

국내 신종 마약 유통은 주로 '해외 직구'를 통해 이뤄진다. 2005년쯤부터 국내에서 종종 발견되던 신종 마약은 2010년쯤부터 유입량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물질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다. 현재 식약처가 관리하는 마약만 해도 3,000종을 넘는다. 마약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단속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쉽게 살 수 있다 보니 신종 마약 유입 속도도 빨라진다. 김 과장은 "예전엔 해외에서 신종 마약이 발견되면 6개월에서 1년쯤 지나서야 국내에서 적발됐는데, 최근엔 그 시차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당국 입장에선 UNODC 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신종 마약 유입에 대비하던 시간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신종 마약 대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과수에 접수된 마약 감정 의뢰 건수는 △2017년 1,274건 △2018년 1,382건 △2019년 1,979건에서 △2020년 1,622건으로 증가세가 꺾였다가 지난해 2,536건으로 치솟았다.

김 과장은 "미국은 (신종 마약인) 펜타닐 투약으로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4만여 명이 숨지고 있다"며 "우리도 신종 마약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마약 수사 인력을 2배로 늘렸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국과수의 마약 담당 인력은 2016년 이래 42명으로 동결 상태다. 김 과장은 "직원 1명이 한 달에 최대 1,500건을 감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종 마약을 규명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브리나카를 발견한 것도 마침 선거철에 접어들며 감정 의뢰 건수가 줄어든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원주=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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