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청 하루 만에 체포... 첫 범죄인 인도 재판 출석
수갑·쇠사슬 차고 법원 출두… 지지·반대자 난투극
코카인 들여와 미국 보낸 마약밀매업자 뇌물 혐의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53)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퇴임 3주 만에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았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지 하루 만에 체포돼 처음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날 온두라스 대법원에 출두해 범죄인 인도 재판 첫 심리를 받았다. 그는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방탄조끼를 입은 채 무장 경찰관에 의해 호송됐다. 그가 등장하자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와 반대자들 수백 명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에 경찰이 개입해 시위대를 분리시켰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온두라스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지 하루 만인 전날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전날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전날 아침 온두라스 대법원이 그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결박당한 상태에서 기관단총을 든 경찰관에 둘러싸여 경찰차로 호송됐고, 경찰 헬기가 호위했다.
2014년 취임 후 재선, 지난달 임기를 마친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퇴임한 지 겨우 3주 만에 이 같은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앞서 미국 검찰은 에르난데스 동생의 마약 밀매 혐의 재판에서 에르난데스를 공범으로 지목했고, 재판 과정에서 그가 마약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동맹국 정상인 그의 임기중에는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온두라스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인용해 에르난데스가 2004∼2022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코카인을 들여와 미국으로 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 대사관은 그에게 마약 밀매업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처벌을 받지 않도록 비호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온두라스 대법원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에르난데스의 미국 인도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에르난데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마약 밀매조직이 자신의 단속에 보복하기 위해 허위 자백으로 미국 당국을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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