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측근, 재단 기부금 받고 왕실 훈장 알선 혐의
사우디 갑부, 재단에 24억 기부하고 훈장 받아
왕세자 “몰랐다”, 재단 “수사중”… 포셋도 혐의 부인
영국 런던 경찰이 찰스 윈저(72) 왕세자가 설립한 재단의 금품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찰스 왕세자의 최측근이던 재단의 전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아라비아 갑부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왕세자로부터 훈장을 받도록 알선했다는 내용이다. 동생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 피해자와 합의로 마무리되는 시점에 영국 왕실에 악재가 추가되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최근 ‘왕세자 자선단체(The Prince's Charities)’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재단은 2003년 찰스 왕세자가 설립했다. 앞서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해 9월 왕세자 재단의 CEO였던 마이클 포셋(59)이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이 '대영제국 사령관 훈장'(CBE)을 받도록 지원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장본인인 포셋은 찰스 왕세자의 수석보좌관 출신이다. 포셋은 왕세자가 양치질을 할 때 옆에서 치약을 짜줬다는 일화가 나돌 정도로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앞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생전 비밀 녹화된 비디오 일기에서 찰스 왕세자가 포셋과 "불건전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포셋은 지난해 12월 재단 CEO직을 사임했다.
포셋의 도움으로 훈장을 받은 인물은 사우디 기업인 마푸즈 마레이 무바라크 빈 마푸즈(52)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말 버킹엄궁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찰스 왕세자로부터 문제의 CBE를 받았다. 빈 마푸즈는 왕세자 자선단체의 최대 기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영국 왕실의 스코틀랜드 메이 성에 그의 이름을 딴 숲도 있다. 그는 150만 파운드(24억3,900만여 원) 넘게 재단에 기부했으며, 이 기부금은 왕세자의 주거지 개ㆍ보수 등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해 9월 “빈 마푸즈가 명예직을 맡거나 상을 많이 받으면 영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찰스 왕세자 재단은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재단의 모금 관행을 자체 조사했으며, 포셋이 기부자의 명예를 놓고 이른바 ‘해결사(브로커)’들과 조율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찰스 왕세자 대변인은 "이전에 낸 성명과 같이 왕세자는 자신의 재단에 낸 기부금을 이유로 (기부자에게) 명예나 시민권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CNN에 해명했다. 포셋과 빈 마푸즈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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