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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인간 광고판...'인플루언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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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인간 광고판...'인플루언서'의 모든 것

입력
2022.02.18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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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인가? 자본주의의 노예인가?
인플루언서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비밀
볼프강 M.슈미트, 올레 니모엔 '인플루언서'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의미하는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는 2007년 무렵부터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의미하는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는 2007년 무렵부터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귀여운 귀걸이를 착용한 여성이 얼굴에 마스크팩을 한 채 흰색 양털 러그에 앉아 있다. 이윽고 조심스럽게 마스크팩을 떼어 낸 여성은 카메라를 향해 만족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와아!”라고 말한다. 여성은 마스크팩 덕분에 촉촉하고 예뻐졌다는 사실을 넌지시 드러낸다. 단, '팩'이라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화면엔 '아몬드 오일과 하일루론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마스크'라는 문구가 뜬다. 한 브랜드가 새로 출시한 제품 소개 일환이었다. 화면의 링크를 누르니 곧장 그 브랜드 사이트로 이동한다.

오늘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얼굴을 마스크팩의 광고판으로 이용한 이 여성을 우리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의 꽃이 광고였다면, 이제 광고의 꽃은 인플루언서들이다. 오로지 디지털 네트워크의 힘으로 수십, 수백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들은 광고인지 아닌지 모호한 게시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고 업체로부터 홍보비를 받는다. 팔로워 수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 따르면 팔로워 10만 명을 기준으로 최소 10만 원에서 100만 명이 넘어가면 1,000만 원 넘게 받는다.

슈퍼스타인 동시에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된 인플루언서들은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수백만 팔로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볼프강 M. 슈미트, 올레 니모엔의 ‘인플루언서’는 관심 경제 시대의 상징이 된 인플루언서를 분석한 책이다. 인플루언서의 탄생부터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장점과 단점, 경제적 효과와 문화적 파장을 앞선 철학자들의 이론 아래 다각도로 파헤친다.

'인플루언서'. 볼프강 M. 슈미트, 올레 니모엔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발행. 312쪽. 1만6,000원

'인플루언서'. 볼프강 M. 슈미트, 올레 니모엔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발행. 312쪽. 1만6,000원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단어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들을 모두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진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란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사진, 동영상,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의미한다.

‘인기’가 인플루언서의 핵심은 아니다. 인기를 따지자면 모델이나 배우, 아이돌 같은 셀러브리티가 더 크다. 그러나 이런 스타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로 제품을 홍보할 뿐 실제로 그 제품을 이용한다는 믿음을 주진 못한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은 광고 대상 제품과 자신을 어떻게든 연관시킨다. 사생활을 사업수단으로, 집을 사무실로 삼은 이들에게 광고해야 할 상품을 자신의 일상 속에 녹이는 재주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의 집과 아이들의 일상생활이 광고 제품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소비자인 동시에 광고 모델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들은 ‘진정성 연출’이 가능하다. “타깃 그룹에 속한 사람보다 더 사실적이고 진정성 넘치는 확대 재생산자는 없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계속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제품)’에 가깝게 보일수록 소비자들은 더 현혹된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팔로워는 11만 명이 넘는다. 로지 SNS 캡처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팔로워는 11만 명이 넘는다. 로지 SNS 캡처

인플루언서에게 팔로워는 ‘팬’이 아닌 ‘친구’다. 그 친구들에게 고마움의 대가로 미리 광고 계약을 맺은 제품을 추천한다. 물론 팔로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 같은 착각을 심어주는 ‘진정성’과 ‘친밀함’ 전략은 동시에 인플루언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배반당했다고 느낄 때 언제든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뒷광고’와 ‘짝퉁’ 논란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잃은 이유다.

책은 인플루언서라는 신인류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초상화를 그리는 한편, 구체적으로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자신의 외모와 몸, 사생활을 활용하는지 살핀다. 나아가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단순한 제품 홍보뿐 아니라 반인종주의와 같은 사회 정치적 이슈에 옮겨 가는 과정까지 짚는다. 저자는 임금은 정체되고 성장과 복지에 대한 희망은 좌절되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가 아메리칸 드림의 최후 희망이 됐다고 분석한다.

독일 저자의 책임을 감안해도 대부분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국내 저자의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와 함께 읽으면 인플루언서 현상에 대한 보다 심화된 이해가 가능하다. 국내 인플루언서 325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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