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트 총리, 사상 처음으로 바레인 방문
하마드 국왕 등 최고위급과 회담
바레인 "양국, 이란에 맞서기 위해 협력할 것"
이스라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국가인 바레인을 방문했다. 2020년 미국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 물꼬를 튼 이스라엘이 반(反)이란 동맹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바레인 방문 일정을 수행 중인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수도 마나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레인 지도부와 이스라엘은 혼란과 테러를 조장하는 적에 대항할 수 있도록 아랍 온건파 국가들의 새로운 지역 구조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트 총리는 이날 하마드 빈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과 살만 빈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자 및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했다. 이스라엘 총리가 무슬림 국가인 바레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네트 총리가 ‘적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발언의 맥락을 살펴볼 때 대(對)이란 견제를 위한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올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TOI는 “바레인은 걸프만에서 이란과 맞닥뜨리고 있으며, 양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 활동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이스라엘 외교 당국자도 “베네트 총리와 바레인 왕실은 이란에 맞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으며, 압둘라티프 빈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역시 “양국이 이란에 맞서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TOI는 전했다.
베네트 총리는 이에 앞서 바레인 주둔 미 해군 5함대를 찾았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브래드 쿠퍼 미 해군중부사령부(NAVCENT) 사령관을 만나 “지역(중동) 국가들은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5함대에 해군 전력을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레인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과 함께 페르시아만을 두고 이란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 이스라엘 해군이 파견될 경우 이란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는 데 효과적이다. 베네트 총리가 지난해 12월 UAE를 방문한 데 이어 바레인을 찾은 것도 대이란 우군 확보 차원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AFP통신은 “베네트 총리의 바레인 방문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바레인과 UAE, 모로코 등 아랍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바레인을 방문해 공관을 설치했고, 이달 초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바레인으로 건너가 방위협정도 체결한 바 있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찾았다. 펠로시 의장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시급해짐에 따라 미국 지도부는 전 세계의 안보와 안정, 경제적 번영, 민주적 거버넌스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공유된 민주적 가치와 상호 안보를 인정하고, 이스라엘 지도자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만나 2국가 해법과 지역 안보에 대한 전망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