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치 퇴직금 2억6000만 원… 심 스와핑 해킹으로 전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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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년 치 퇴직금 2억6000만 원… 심 스와핑 해킹으로 전부 사라졌다

입력
2022.02.16 12:00
수정
2022.02.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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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가상화폐 전부 사라져"
'심 스와핑' 피해 의심하고 당일 경찰에 신고
답답함에 통신사에 편지까지 썼지만 반송돼

A씨가 KT 대표에게 이달 3일 보냈던 편지. 봉투 일부가 뜯겨 있고, '수취부서 없음'이라고 쓰인 채 반송됐다. A씨 제공

매일 아침 가상화폐 계좌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A(60)씨. 지난달 12일에도 여느 때처럼 일어나자마자 거래소 앱을 켰다. 조회 버튼을 누른 A씨는 곧 두 눈을 의심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2억6,000만 원 수준이었던 자산이 4만5,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산 오류인가 싶어 새로고침을 해봐도 잔액은 그대로였다. 동시에 휴대폰 통신이 중단되더니 유심이 변경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왔고, 카카오톡엔 사용하지도 않는 LG 스마트폰으로 로그인됐다는 알림이 떴다. 피해자의 유심 정보를 복제해 은행이나 가상화폐 계좌를 손에 넣는 신종 해킹 수법, '심 스와핑(SIM Swapping)'에 당한 것이었다. (▶관련기사: [단독] 갑자기 먹통 된 휴대폰, 가상화폐가 사라졌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심 스와핑 의심 피해를 본 당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전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A씨는 KT 고객이었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코인원을 이용하고 있었다. 해커는 코스모스(ATOM) 등 A씨가 보유한 코인을 전량 매도한 뒤 클레이튼(KLAY)을 매수해 모두 다른 지갑으로 빼돌렸다.

투자금 대부분이 퇴직금에서 나온 터라 A씨의 충격은 더 큰 상황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30년간 일했던 직장을 떠났는데, 이번에 사라진 가상화폐는 당시 퇴직금으로 받은 돈의 80%에 이른다. A씨는 "참담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가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사건 이후 KT가 미온적 태도로 피해자들을 응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달 3일 구현모 KT 대표 앞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그로부터 4일 후 편지가 그대로 반송됐기 때문이다. A씨는 "봉투는 뜯겨 있었고 연필로 '반송. 수취부서 없음'이라고 써 있었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고객에게 구체적인 안내를 할 수 없었다"며 "당사는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사건을 비롯한 심 스와핑 의심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에서 도맡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각도에 걸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답답한 것은 이해하지만, 규정상 수사 상황을 세세히 알려주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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