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조 로건 스캔들' 위기를 틈타
천문학적 투자로 애플을 넘어 1위 정조준
세계 최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조 로건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사이 후발 주자인 아마존 뮤직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 뮤직의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13%로 스포티파이(31%)와 애플뮤직(15%)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다른 두 기업보다 훨씬 빨라 애플 뮤직은 물론 스포티파이의 1위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세계 1위인 아마존은 유력 언론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모든 콘텐츠 시장 장악을 위해 미디어 시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이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이 130억 달러(약 16조6,700억 원)에 달할 정도이다. 이는 2020년 지출액 20억 달러의 6.5배에 달한다. 아마존은 이미 프라임 비디오와 오디오북 오더블(Audible)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 뮤직과 팟캐스트 등 오디오 영역까지 본격 진출해 모든 이 모든 서비스를 번들로 묶으려 한다. 이미 많이 보급된 스마트 스피커 알렉사를 통해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아마존 생태계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반면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 1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팟캐스트 등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뜻밖의 악재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00년 5월 무려 1억 달러 계약을 통해 격투기 선수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스타 팟캐스트 조 로건을 영입해 팟캐스트 시장 강자를 굳히는 듯했다. 로건이 2009년부터 진행해 온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는 매달 1,9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연간 수익 3000만 달러 이상, 광고료 최소 100만 달러 등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기를 지키기 위해 인종 문제 등에 대한 아슬아슬한 발언은 물론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셌는데, 스포티파이는 이런 문제점을 외면하다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스포티파이를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 계기는 로건의 팟캐스트에 지난해 12월 31일 안티 백신 선동가가 출연하면서부터이다. 스스로 mRNA 백신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말론은 방송 내내 mRNA 백신의 위험성을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팬데믹 방역 정책을 나치 독일과 비교했고 '미국 인구의 3분이 1이 집단 최면에 걸려 있다'는 등의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팟캐스트 출연 이후 기세등등해진 말론과 그의 추종자들은 지난달 23일 워싱턴 DC에 수천 명 군중을 모았다.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에 반대하는 이들은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을 행진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접종 반대를 외쳤다.
이를 지켜본 다양한 각계 전문가들이 조 로건 팟캐스트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270명의 의료 전문가들이 스포티파이에 잘못된 코로나19 정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안티 조 로건' 움직임에 동참한 원로 가수 닐 영은 지난달 24일 스포티파이에 공개된 자신의 모든 노래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스포티파이가 닐 영의 음악을 삭제하며 조 로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를 지켜본 포크 록의 조니 미첼도 닐 영을 지지하며 스포티파이에 자신의 음악을 내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음악계에 스포티파이에 대한 구독 거부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밴드의 기타리스트 닐스 로프그렌이 동참 의사를 밝혔고,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인디아 아리는 조 로건과 조던 피터슨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언급하며 스포티파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닐 영과 함께 1970년대 포크 록의 르네상스를 이끈 데이비드 크로스비, 스테픈 스틸스, 그레이엄 내시-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이 다시 모여 스포티파이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는 지난달 30일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에게 적용되는 '플랫폼 규칙'을 뉴스룸에 공지하고,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다루는 에피소드에 콘텐츠 권고안을 붙여 코로나19 최신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또 논란의 당사자 조 로건도 스포티파이와 닐 영, 조니 미첼 등 모든 이들에게 사과했다.
닐 영의 보이콧 선언 이후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스포티파이의 시가 총액은 약 21억 달러 이상 하락했다. 논란이 불거지기 하루 전이었던 1월 25일, 연초 대비 25% 급락을 겪은 터라 더욱 타격이 컸다. 시가 총액이 4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리밍 음악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조 로건 사태로 곤경에 빠진 것은 아마존에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deletespotify'와 같은 해시태그는 빠르게 확산하는 반면 아마존은 'Smartless'나 'My Favorite Murder' 등의 팟캐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은 이미 2020년부터 팟캐스트기업 '원더리(Wondery)'를 3억 달러에 인수했고 지난해엔 호스팅 및 광고 플랫폼 '아트19(Art19)'를 인수하는 등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기반은 다지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내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 양강 체제를 뒤흔들 뿐 아니라 1위자리까지 노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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