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돌+아이' 끼가 조금 있어요.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숨겼냐'고 하는데 숨긴 적은 없어요. 대신 (밖에) 나간 적이 없을 뿐이죠. 하하"
최근 배우 한가인이 출연했던 웹예능 제작진이 제목에 내걸었듯 그야말로 '몰라봬서 죄송할' 지경이다. 이렇게 타고난 예능형 인재를 무려 20년간 '신비주의'라는 타이틀에 묶어뒀으니 말이다.
아니, 한편으로 한가인에게 약간의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깜짝 놀랄 본캐를 그 오랜 시간 봉인시켜 둔 채 배우 활동에만 몰두해 왔다니.
어찌됐든 참으로 반가운 발견이다. 그간 국내를 대표하는 미녀 여배우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던 한가인이 제대로 봉인을 해제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2PM 준호의 '우리집' 무대를 이야기하며 "집이 어디냐. 애기 키우다가 집 나올뻔 했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한가인의 모습을 말이다.
인터뷰 내내 "아유 답답허네"를 연발하고 자신이 과거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에 "과거의 제가 지어낸 것 같다. 꾸며낸 이야기였다"라는 고해성사를 서슴치 않는 그의 모습은 과거 '첫사랑의 대명사' '청순 미인' '한국의 오드리햅번' '신비주의 배우' 정도로 한가인을 기억했던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일정한 이미지 속에 갇혀 있던 배우 한가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배우라는 타이틀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데뷔와 동시에 무수한 화제를 모았던 비주얼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진짜' 매력이 무려 20년 만에 알을 깬 것이다.
"눈에 약간 광기가 서려있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느낌"이라는 재재의 한줄 평은 한가인의 '본캐'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평가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제가 돌+아이 끼가 조금 있다. 숨긴 적은 없는데, 대신 나간 적이 없다. 회사에서 엉뚱한 짓을 할까봐 막은 것 같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 같다. 아마 제가 이런 캐릭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텐데 이게 본캐"라는 천연덕스러운 반응을 보인 한가인의 모습은 분명 범상치 않았다.
한가인, 왜 '신비주의' 배우 됐을까
사실 한가인의 말처럼 데뷔 이후 그가 스스로 자신에게 '신비주의' 프레임을 씌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5년 한창 주가를 올리던 당시 연정훈과 결혼을 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결혼 전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프러포즈 비하인드 등을 공개했고, 이후에도 방송에서 각자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공개하는 등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본인 역시 과거 인터뷰를 통해 "한 번도 신비주의 같은 것을 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라며 "원래 성격도 그렇지 못하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밝다. 오히려 남자 같은 스타일이라 신비주의나 여성스러움 같은 것이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까칠하고 거침없이 욕까지 하는 인물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던 그를 두고 이용주 감독이 "저런 장면이 바로 대중들이 모르는 평소 한가인의 실체"라며 농담을 했던 일화 역시 유명하다.
그럼에도 한가인에게 '신비주의'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건 데뷔 이후 예능보단 배우로서 작품 활동에 집중해 온 그의 행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과거 "(나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일부러 '저는 이렇게 살아요'라고 나올 기회도 없었고 작품도 많이 했던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청순한 비주얼에 반전되는 강렬한(?) 본캐의 성격이 배우로서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소속사의 우려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가인은 최근 출연한 웹예능에서 "과거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솔직한 말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저처럼 화면과 실제 성격이 다를 경우엔 긴 인터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염려를 하셔서 '말을 줄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로서 꾸며지고 다듬어진 모습보다는 솔직하고 당당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스타들이 각광받는 시대 흐름에 한가인도 제대로 몸을 실었다. 그가 출연한 웹예능은 지난달 말 이미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더니 최근 400만 뷰까지 넘어섰다.
기세를 몰아 한가인은 오는 24일부터 방송되는 SBS '써클 하우스'를 통해 첫 예능 고정 출연까지 나선다. 제대로 봉인을 해제한 그가 예능 시장을 접수하는 블루칩이 될지 기대가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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