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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왔어요" 대구 박근혜 사저 인산인해... '제2 봉하마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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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왔어요" 대구 박근혜 사저 인산인해... '제2 봉하마을' 되나

입력
2022.02.13 17:00
수정
2022.02.13 17:06
10면
0 0

주말 수천명 지지자 대구 달성군 사저 예정지 방문
"명당" "인근 아파트 고압 송전탑은 별로" 품평 만발
'구미 박정희, 대구 박근혜' 부녀 생가 사저 명소 될 듯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정문에서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준호 기자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정문에서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준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이라고 해서 구경 왔습니다."

13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살 집으로 알려진 전원주택 주변은 차량과 인파가 섞여 홍역을 치렀다. 높이 7, 8m 대리석 담장을 돌아 골목길 안쪽 정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던 지지자들은 주택 주변 오르막길 담장 가드레일에 올라서서 집 안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경북 군위에서 친구 세 명과 왔다는 김정식(85)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도 이곳 근처에 모셨는데, 집터가 명당 같다"고 말했다.

경북 군위에 사는 어르신들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준호 기자

경북 군위에 사는 어르신들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준호 기자

박 전 대통령이 머물 대구 사저 예정지가 주말 나들이객의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사저 소식이 알려진 뒤 주말 이틀 동안 이곳에 지지자 수천 명이 다녀가면서, 쌍계리 주민들은 난생처음 원 없이 사람 구경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 '제2 봉하마을'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으로 지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아침부터 혼잡한 사저 주변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으로 지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아침부터 혼잡한 사저 주변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부부, 친구, 일가족, 지인 단위의 남녀노소들은 이른 아침부터 집구경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모양이네" "여보, 나도 좀 보게 올려줘" "같이 셀카 한 장 찍자" "사저 바로 앞 신축 건물에는 경호원들이 살게 되나" 등 이런저런 말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사저로 알려진 주택에서 50m 떨어진 쌍계오거리부터 교통체증이 생기면서, 이날 아침부터 순찰차들이 출동해 교통정리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집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둘러서서 품평회를 하기도 했다. "집은 좋은데, 오거리 대각선 방향 아파트 단지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게 걸리네." "집 뒤편 야산에 세워진 고압 송전탑도 보기에는 좋지 않구먼."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에서 지지자들이 담장 가드레일을 밟고 올라서서 건물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준호 기자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에서 지지자들이 담장 가드레일을 밟고 올라서서 건물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준호 기자

주택 주변에선 "박 전 대통령을 감방에 가둔 윤석열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하던 우리공화당 지지자가 "그래도 정권교체가 시급하다"는 무리와 언성을 높였다. 일부 구경꾼들은 사저 주변 마늘밭을 밟고 다녀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뒤편 마늘밭에서 동네 주민이 관광객의 무단통행을 막기 위해 나뭇가지로 밭 주위를 막고 있다. 전준호 기자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 집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뒤편 마늘밭에서 동네 주민이 관광객의 무단통행을 막기 위해 나뭇가지로 밭 주위를 막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던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처럼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있고, 포항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고향마을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곳에선 만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는 "선거철마다 출마자들 발길이 이어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구미 생가에 이어, 대구 사저가 박 전 대통령 부녀 지지자들의 방문 1순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맞이할 지자체 차원의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진용환 달성 부군수는 "최근에야 박 전 대통령 사저 얘기를 들었고, 아무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봉호 유가읍장도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사저 주변에 방치된 나대지도 많고 교통도 혼잡할 수 있어 환경 개선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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