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만5,060분의 1.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에 위치한 복권 판매점, '강변로또'는 이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로또 1등만 7번을 배출한 로또 명당이다. 주인 부부인 정환근(65), 최승인(60)씨는 2002년 12월, 1회 당첨번호를 추첨할 때부터 복권을 팔아온 로또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로또'가 초대박, 횡재, 일확천금과 동의어로 쓰이는 시대. 하지만 부부는 로또를 "불확실한 인생 역전의 기회가 아니라 일주일간의 확실한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12일 전화로 만난 부부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경사가 겹쳐서다. 정씨는 "지난해 12월에 즉석복권 1등이, 지난달에는 로또 2등이 나와 더 바빠졌다"고 전했다. 부부는 최근 '10억을 팝니다(마누스 발행)'라는 책을 내면서 작가로도 데뷔했다. "전업 작가의 유려한 글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이야기"를 찾던 출판사 대표의 눈에 띄어 출간이 성사됐다.
책에는 복권을 팔면서 겪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가게에서 첫 로또 1등이 나왔던 순간, 로또 1등에 당첨된 건넛마을 이장님, '로또 되면 절을 사겠다'는 스님, 마스크를 안 쓰겠다며 버티는 손님과의 대치까지… 장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것도, 장사를 계속하게 된 것도 다 사람 때문이었고, 사람 덕이었다.
"제가 실수로 번호 하나를 잘못 입력해서 3등에서 4등이 된 단골손님이 있었거든요. 너무 죄송했지요. 그런데 손님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실수로 마킹한 것이 운 좋게 1등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지금처럼 4등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면서요."
가게가 처음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던 건 아니다. 그 전 같은 자리에서 했던 치킨집은 파리를 날렸다. 근처 유동 인구가 워낙 적어 복권을 월 100만 원어치도 못 팔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1등 당첨금이 400억 원대에 이르자 로또 광풍이 불면서, 또 약 7년 만에 가게에서 1등이 나오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첫 1등이 나오던 날은 아직 눈앞에 선하다. "그때는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서,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줬지요. '정말 맞습니까?' 몇 번을 묻고 방방 뛰고, 현수막 만들어서 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점주들에게는 1등 당첨자 배출이 곧 로또다. 우리 가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면, 손님(판매량)이 늘어나고, 그러면 또다시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정씨가 "로또 판매점에 가서 혹여 '여기는 왜 1등이 안 나와요?'라고 절대 묻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로또 명당 주인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뭘까. 맞다, 당첨 비법이다. 정씨도 그러나 로또 당첨 경험은 4등뿐이다. 다만 그는 "역대 당첨 번호를 보면 한 번호대가 아예 나오지 않거나 특정 번호대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더라"며 "한 번호대를 아예 제외하고 여섯 자리를 정하면 선택이 더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어렵다면 자동으로 사기를 추천한다. 가게에서 나온 로또 1등 당첨자 7명 중 5명이 자동으로 로또를 샀다고 한다.
부부는 매일 '복(福)'을 사러온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행복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로또 1등 같은 거창한 게 아니다. 행복은 '토요일 저녁' 같은 것이다. "명절 때도 쉬지 않고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가게 문을 여는데, 로또 추첨하는 토요일만 밤 8시에 문을 닫아요.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끼리 밥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죠. 다들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로또 판매점주가 답하는 손님들이 자주하는 질문 3가지
Q. 1등 나오면 가게는 본사로부터 얼마의 포상금을 받나요?
A. 포상금 없습니다.
Q. 당첨자는 무슨 요일 몇 시쯤 구매해 갔나요?
A. 그건 당첨자 본인이 와서 말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습니다.
Q. 당첨되면 세금 많이 떼죠?
A. 모든 당첨금의 세금을 33%로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틀렸습니다. 3억 원까지는 22% 공제하고 3억 원 초과분은 33% 공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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