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다. 유가 상승으로 전력 구입비가 급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진했던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전력 판매량도 3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력 구입비 부담이 커진 폭을 만회할 만큼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전의 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한전의 올해 적자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13일 한전이 내놓은 ‘1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전력 판매량은 53만3,431기가와트시(GWh)로 전년보다 4.7% 늘었다. 2019년(-1.1%)과 2020년(-2.2%) 하락세였던 전력 판매량이 3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정과 가게, 산업현장, 학교 모두 재작년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산업용은 1년 전보다 4.5% 증가한 29만1,333GWh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확대되고 공장 가동도 증가, 전력 수요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영업자 등이 사용 중인 일반용 전력 판매량도 11만9,550GWh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지난해 가정용 전력 판매량 역시 재택근무 정착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7만9,915GWh를 기록, 전년보다 4.7% 늘었다. 이외에 작년 농사용으로 사용된 전력 판매량은 2만603GWh를, 교육용은 8,422GWh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8.3%와 12.1%씩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발전량은 전년 대비 4.4% 늘어난 57만6,316GWh로 집계됐다.
판매량이 늘어나면 판매처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전의 경우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전력 구입비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지난해 이를 만회할 만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통합 계통한계가격(SMP·가중평균)은 지난해 1월 킬로와트시(kWh)당 70.65원에서 12월에는 142.81원까지 치솟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으로,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된다. 지난해 첫 거래일이던 1월 3일 배럴당 47달러대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마지막 거래일(12월 31일)엔 75달러대까지 올라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SMP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력 구입비가 늘었지만,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서 부담만 커졌다. 한전의 한해 전체 예산 가운데 전력 구입비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전의 지난해 적자는 약 4조5,000억 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추산이다. 공기업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가올 2분기부터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단 점이다. 올해 들어서도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 WTI 기준 93달러대를 찍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배럴당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올해 한전은 10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전의 적자 폭은 경우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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