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2심 유죄, 대법 파기환송… 다시 무죄
"정치적 이념 논쟁 과정에서 입장 표명한 것"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해 문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 원정숙 이관형 최병률)는 11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4일 보수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언급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과거 공산주의 운동인 부림사건을 변호했고, 해당 사건을 수사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칭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스스로의 의견 내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선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없다"며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이념 갈등 등에 비춰 볼 때 공산주의자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표현"이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해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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