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번째 6·25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
유족 "군 간 것도 몰랐는데 전사했다니"
2010년 강원 양구군에서 발굴된 6ㆍ25 전사자 유해가 고 이우서 하사(현 상병 계급)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고인의 동생을 직접 찾아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끝에 신원을 밝혀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1일 “이 하사는 제7사단 8연대 소속으로 1951년 8~10월 치러진 동부전선 백석산 전투에서 교전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백석산 일대에서는 지금까지 16명의 전사자 신원이 규명됐다. 단일 전투지역으로 최다 숫자다.
12년 전 발굴된 이 하사의 유해는 2013년부터 시작된 ‘과거 대량 유해발굴지역 자료 재분석’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났다. 감식단 기동탐문관은 백석산 전투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조사하던 중 고인의 본적지를 충남 서산으로 특정했고, 서산시 제적등본 기록을 분석해 고인의 남동생으로 추정되는 이우춘씨를 찾아냈다. 이어 지난해 9월 이씨와 접촉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결과, 고인과 형제 관계로 확인됐다.
감식단에 따르면 장남이었던 고인은 해방 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돈을 벌어오겠다며 객지로 떠났다. 이후 “군대에 가니 혹시 영장이 나오면 입대했다고 말해달라”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부모ㆍ형제는 이 하사와 연락이 두절되자 입대가 아닌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들이 북한이나 일본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제 강제징용자들을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끝내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
이우춘씨 등 고인의 유가족은 “군에 간 것도 몰랐는데, 전사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손 이정희씨는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온 가족이 우편집배원만 보면 ‘큰할아버님 소식이 왔나’ 하고 마음을 졸였다”며 “이제는 떳떳하게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0년 4월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이는 이 하사를 포함, 모두 18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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