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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중국대사의 무례

입력
2022.02.11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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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달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달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한반도에 파견한 역대 외교 사절 중 최악의 인물은 위안스카이(袁世凱)였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불과 23세였던 그는 청나라 군 진영을 방문한 흥선대원군을 납치해 톈진으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 1885년 조선 주재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임명됐다. 지금으로 치면 주한중국대사인 셈인데, 실상은 마치 식민지 총독처럼 굴었다. 조선을 노골적으로 속국 취급하며 내정 간섭은 물론 입궐할 때도 가마를 탄 채 들어가 고종에게 삿대질까지 하는 등 오만 방자한 무례를 일삼았다.

□ 2020년 한국에 온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처음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통상 새 대사가 주재국에 부임하면 가장 먼저 신임장을 주재국 정상에게 전달하고 인사부터 한 뒤 공식 활동을 하는 게 순서다. 싱 대사는 신임장도 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부터 열고 한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데 강한 불만을 표했다. 두 나라의 우호를 증진시켜야 할 외교관이 선전포고부터 한 꼴이다. 외교가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 주한중국대사관이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판정 논란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엄정한 입장’을 천명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한국에 사는 중국 외교관으로서 점점 커지는 반중 정서에 대해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 먼저 그 원인을 살핀 뒤 주재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부터 하는 게 순서다. 상황을 본국에 정확히 알려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도 책무다. 그러나 주한중국대사관은 주재국 국민을 공격하고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부터 보였다. 본국의 심기만 의식했다. 외교 채널을 놔둔 채 입장문부터 발표한 것도 상식 밖이다. 결과적으로 불이 났는데 기름만 더 부은 격이다.

□ 정부 비판 언론이나 정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당독재국가의 외교관이 외국 정부까지 비판하는 한국 언론과 정치인을 이해하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긴 중국이 아니다. 국제 외교의 기본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 한 단계 더 성숙하길 기대한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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