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기부행위" 선관위 해석에 포기
"고령화·불편한 대중교통 무시" 지적도
울주군은 조례 근거해 "배부 문제없어"

경북 울진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울진군이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자가검사키트를 집집마다 무상으로 배부하기로 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고령자가 많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특성을 무시한 경직된 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울진군은 결국 무상 배부를 포기하고 보건소 등 방문자에 한해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10일 울진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말부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자가검사키트 2만5,000개를 구입해 개별 가구에 배부하기로 했다. 2만5,000개는 울진군 전체 가구 수와 비슷하다.
울진군은 당초 설 이전에 집집마다 배부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검사를 미루다가 뒤늦게 확진돼 증상이 악화하거나 집단감염을 초래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울진군은 남북으로 직선거리 60㎞, 해안선이 100㎞에 달하는 지형적 특성에다 불편한 대중교통 등으로 고령자들이 선별진료소까지 가는 데 불편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배부를 앞두고 울진군이 선관위에 질의한 결과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선관위 측은 개별 가구에 배부는 위법이지만, 군청 등 지정된 장소를 방문해 수령한 다음 곧바로 검사하는 것은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북도 및 울진군 선관위 측은 “관련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채 선거구민에게 지원하는 사업은 지자체장이 주는 것으로 간주되며, 사안에 따라 선거법상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며 “감염병예방관리에관한법률 등에 배부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울진군이 배부한다면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울진군은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관내 10개 읍면사무소와 보건진료소 등 30여 곳에 자가검사키트를 비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군민은 선별진료소가 있는 보건소나 자가검사키트만 비치한 읍면사무소 및 보건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도 결국 백지화했다. 설 연휴 직후 오미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읍면사무소나 보건진료소는 동선분리 등 관리가 어려워 자가진단 때문에 되레 감염을 확산할 수 있어 보건소와 신속항원검사만 할 수 있는 평해읍사무소 2군데에 자가진단키트를 비치했다"며 "18일쯤 울진국민체육센터 광장에도 추가 비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2020년 12월 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선관위로부터 자가검사키트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키트를 배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조례 제7조에 따르면 군수는 군민에게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의약외품, 검체 검사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달 중 긴급입찰을 통해 자가검사키트를 확보한 뒤 가가호호 방문해 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