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난공불락' 양자암호 개발 불꽃 경쟁

알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난공불락' 양자암호 개발 불꽃 경쟁

입력
2022.02.10 16:25
수정
2022.02.10 16:40
20면
0 0

SKT, KT 등 국내 기업들 앞다퉈 양자암호 기술 개발
2025년 양자 컴퓨팅으로 기존 보안체계 무력화 경고에 대비

난공불락으로 꼽히는 양자암호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등 대기업부터 우리넷, 스파이스웨어 등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스타트업)까지 양자암호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양자암호란 양자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해킹하기 힘든 궁극의 암호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양자컴퓨팅은 원자보다 작은 전자, 중성자, 양성자 등 미시 입자들 사이에 정반대의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중복돼 나타나는 것을 이용하는 컴퓨터 기술이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0과 1 두 가지 디지털값 중에 하나를 선택해 정보를 표시하지만 양자는 중복되는 성질을 이용해 0과 1 두 가지 값을 동시에 표현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정보(큐비트)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컴퓨팅은 모순의 기술로 불린다. 이론상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2019년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3분 만에 처리하는 양자컴퓨터용 반도체 '시커모어'를 발표했을 때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폭락했다. 양자컴퓨팅을 이용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가 해킹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보안업체 디지서트도 최근 발표한 '2022 사이버보안 전망' 자료에서 양자컴퓨팅이 2025년까지 기존 암호 체계들을 모두 깰 것으로 봤다.

양자암호는 이를 뒤집은 기술이다. 양자컴퓨팅으로 계산 불가능한 무한의 난수를 생성해 복사, 해독,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 체계를 만들어 낸다.

국내에서는 통신업체들이 양자암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세계 각국에 235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문업체인 미국 에퀴닉스와 양자암호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에퀴닉스가 서울 상암동에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연내 양자암호 기술(QKD)을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에퀴닉스의 상암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들은 매달 비용을 내고 기업과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전용회선을 SK텔레콤의 양자암호 기술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 기술 개발을 위해 2018년 세계 1위 양자암호 업체인 스위스의 IDQ 지분 50%를 700억 원에 인수했다. IDQ는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 자회사가 됐다. 이번에 에퀴닉스에 적용된 QKD는 IDQ의 양자암호 기술이다.

SK스퀘어 자회사인 IDQ의 연구원이 경기 분당에 위치한 IDQ연구소에서 양자암호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스퀘어 자회사인 IDQ의 연구원이 경기 분당에 위치한 IDQ연구소에서 양자암호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KT도 2017년부터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연구해 일부 5세대 이동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이 업체는 해군 3함대, 지상군 작전사령부, 2군단 사령부 등 국방시설에도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했다.

보안 스타트업 스파이스웨어는 이날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암호화 난수 생성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강화 난수 생성기’로 부르는 이 기술은 기존의 양자암호의 불편함을 해결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기존 양자암호는 난수를 생성하는 고가의 별도 장비가 필요하지만 강화 난수 생성기는 기기 없이 소프트웨어로 양자암호를 만들어 낸다. 김경민 스파이스웨어 연구소장은 "기존 양자 난수 생성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또 광통신 기술 전문업체인 우리넷도 SK텔레콤과 함께 양자암호를 적용한 암호화 전송모듈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2, 3년 뒤 양자암호를 스마트폰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양자암호 전용 인증체계를 개발해 내년 말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5G 스마트폰 서비스 등에 양자암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가 기존 암호체계에 양자암호 기술을 더한 하이브리드 보안인증을 지난달 26일 국정원에 신청했으며 SK텔레콤은 이달 중 신청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양자암호 전용 인증을 도입하면 통신업체들도 5G 서비스 등에 일부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