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빈이 10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윤성빈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이언맨 헬멧' 대신 검정 헬멧을 쓰고 질주 중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아이언맨’ 헬멧을 쓰지 못해서일까. 2연패에 도전하는 윤성빈(28)이 스켈레톤 남자 싱글 1·2차 시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 메달 전망이 흐려졌다.
윤성빈은 9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싱글 1·2차 시기에서 합계 2분02초43의 기록으로 25명 중 12위에 머물렀다.
1차 시기에서 후반 실수가 나오며 1분01초26(13위)에 그쳤던 윤성빈은 2차 시기에서는 1분01초17로 단축했지만, 선두 크리스토퍼 그로테어(독일·2분00초33)와는 2초10나 벌어졌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윤성빈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부상과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워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최근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1차와 7차 대회의 6위, 나머지 대회에서는 대부분 10위권 밖이었다. 윤성빈이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냉정하게 봤을 때 메달 획득은 힘들다"고 솔직히 말한 배경이다.
윤성빈은 경기 후 “실수가 너무 많았다”며 “위 구간은 괜찮았는데 아래 구간에서 실수를 범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윤성빈은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지 못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아이언맨’ 헬멧을 착용하지 못했다. 대신 어색한 검정 헬멧을 쓰고 나왔다.
IOC는 올림픽과 관련없는 상표나 로고, 회사 디자인 등 상징적인 표식이 경기장에서 노출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빈은 "IOC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거절당했다"며 "어쩔 수 없었다. 7~8년 정도 계속 쓰고 경기를 했는데 (오늘 못 쓰다 보니) 경기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정승기가 1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 경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윤성빈과 함께 출전한 정승기(23)는 1·2차 시기 합계 2분02초22로 10위에 자리했다. 초반 스타트가 강점인 정승기는 첫 올림픽 출전에서 비교적 선전했다.
두 선수 모두 주행 중후반부를 매끄럽게 소화하지 못하면서 기록이 하락했다. 1차 시기에서 정승기는 스타트에 3위(4초67)를 기록, 나쁘지 않은 폭발력을 보였다. 올 시즌 부진한 윤성빈은 공동 6위(4초72)에 해당하는 스타트 기록을 냈다.
두 선수 모두 1차 시기보다 2차 시기에서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한 점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풀리게 한다. 정승기는 2차에서 기록을 0초14 단축했고, 윤성빈은 0초09 줄였다. 1차 시기보다 1·2차 시기 합계에서 두 선수 모두 한 계단씩 순위를 높였다.
올 시즌 IBSF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데다 옌칭 트랙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독일 선수들의 경기력이 두드러졌다. 그로테어가 합계 2분00초3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나라의 악셀 융크가 2분01초03으로 2위에 자리했다.
홈 트랙의 이점을 등에 업은 중국 선수들도 좋은 기록을 냈다. 옌원강이 2분01초08로 메달권인 3위에 안착했고, 인정은 2분01초45로 7위에 올랐다.
평창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4위(2분01초20)에 자리했다. 이 종목 최강으로 꼽히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는 2분01초24로 6위에 랭크됐다.
스켈레톤은 총 4차 시기까지 슬라이딩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르며, 11일 같은 장소에서 3, 4차 시기를 통해 금메달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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