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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오리 100마리 집단폐사 사건 추적해봤더니...

입력
2022.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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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하려 농약 풀어 고의 폐사… "적발 시 실형도 가능"

충남 아산시 야생오리류 100수 집단폐사사건(왼쪽) 사진과 경기 포천시 야생오리류 39수 집단 폐사사건 사진. 환경부 제공

충남 아산시 야생오리류 100수 집단폐사사건(왼쪽) 사진과 경기 포천시 야생오리류 39수 집단 폐사사건 사진. 환경부 제공

야생조류가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때마다 농약 고의 살포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적발될 때는 징역형까지 가능하다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농약 중독된 야생조류 폐사 잇따라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달 7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서 발생한 야생오리류 100마리 집단폐사 사건을 추적한 결과 농약 중독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9일 밝혔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야생조류 폐사체 28마리를 부검한 결과, 소낭에서 소화되지 않은 볍씨가 발견됐고, 독극물 검사를 해보니 농약의 일종인 '카보퓨란'이 평균 25.191㎎/㎏가량 검출됐다. 카보퓨란은 재배 작물별로 정해진 농도로만 사용이 허가된 농약으로 치사량 기준 2.5~5㎎/㎏에 비해 10배 이상 검출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일회성이 아니다. 매년 겨울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0년 11월~2021년 2월에도 총 19건 발생, 176마리가 죽었다. 2018년에도 충남 당진 한 곳에서만 가창오리 245마리가 떼죽음당하는 등 야생조류 집단폐사 사건이 빈발했다. 올해도 벌써 12건 발생해 60마리가 폐사했다.

야생철새, 어쩌다 볍씨 먹고 농약에 중독됐나

야생조류는 물고기, 조개나 과일, 볍씨 등을 먹고 산다. 이 때문에 사후 부검 때 농약 성분이 약간 나오긴 하지만 치사량에 이를 수준은 아니다. 치사량의 10배가 넘는 수준의 농약이 검출되는 건 사실상 볍씨 등에다 농약을 의도적으로 뿌렸다는 의미다. 야생조류에 의한 AI 확산, 텃새 등으로 인한 과수재배 피해 등을 줄이기 위해 일어나는 일이다.

이럴 경우 피해가 야생조류에만 그치지 않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독수리 등 상위포식자가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을 경우 2차 피해를 입어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초 울산에서 구조된 독수리의 소낭 내용물에서 0.05㎎/㎏의 카보퓨란과 또 다른 살충제 성분인 포스파미돈(0.02㎎/㎏)이 검출됐다. 올해 1월 충남 태안에서 수거된 독수리 폐사체 식도에서도 볍씨를 먹은 물닭이 발견돼 농약 중독 여부를 검사 중이다.

적발 시 최소 2,000만 원 이하 벌금... 실형도 가능

야생조류를 고의로 농약에 중독시켜 폐사하게 하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원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질병대응팀장은 "다양한 철새들이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국내 생태가 잘 보전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AI의 온상으로 잘못 인식되면서 이 같은 사건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피하고자 무턱대고 생태를 파괴하면 이를 돌이키는 데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며 "AI 피해는 철저한 방역으로 최소화하되, 보다 철저하게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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