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휴업 결정을 하더라도 피해를 보는 직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사측이 휴업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9일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가 세종호텔 운영사인 세종투자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휴업명령 구제신청을 인정했다. 휴업기간에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호텔업계에서 부당휴업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자 작년 10월 식음팀·조리팀·컨세션사업팀이 포함된 식음사업부문 폐지를 결정했다. 직무가 없어진 17명 가운데 10명은 프런트와 환경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헬퍼'로 배치하고 나머지 7명은 10월 1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휴업명령서를 보냈다.
휴업명령 대상자 7명은 모두 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사측은 휴업이 끝난 12월 10일 7명을 포함한 1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을 공개한 적이 없고, 경영 지표 등을 볼 때 휴업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노동청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휴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지노위는 "회사가 도산할 정도의 위기상황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더라도 경영 상황 개선을 위한 경영합리화 조치의 일환으로 휴업명령을 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절차상 하자가 크다고 봤다. 지노위는 "휴업 대상자(신청인)들은 휴업명령 전에 대상자 선정 기준에 관해 협의하거나 고지를 받은 적이 없고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봐도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휴업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와 개별교섭에서도 휴업명령 필요성이나 휴업대상자 선정 기준 등에 관한 실질적인 협의가 있었거나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을 핑계 삼아 일방적인 인사명령을 내리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결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며, 다음 달 지노위 심판회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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