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등 '한반도에 범 내려온다' 토론회
우리나라 토종 한국표범 복원 필요성 제기
우리나라 상징 동물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호랑이를 꼽는다. 호랑이가 우리나라를 포함 러시아 툰드라지역까지 서식했다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남부 지역에서만 살았던 토종 동물이 있다. 바로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다. 범은 표범과 호랑이를 함께 일컫는 순우리말이지만 최근 호랑이라는 용어가 범을 대체하면서 표범은 잊힌 동물이 됐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한반도에 범 내려온다' 토론회에서 "한반도를 대표하던 표범은,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사업과 해방 후 계속된 무분별한 남획으로 1970년 한반도에서 사라졌다"며 "최상의 포식자로서 생태적 의미와 가치가 높은 동물인 표범을 복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표범은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100∼120마리가 살아남아 세계의 표범 9개 아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동물원에 있는 표범은 15마리 정도지만 이 가운데 한국표범은 서울대공원에 있는 2마리에 불과하다. 2018년 6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동물원에서 들여온 한국표범이지만 모두 수컷이라 증식이 불가능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식지외 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유럽 동물원 수족관 협회(EAZA)가 지난해 7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러시아 야생방사를 전제로 암컷 한국표범 2마리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2015년 14개 국제단체와 수립한 표범 보전계획에 따라 각국에서 증식한 표범을 방사하기로 했지만 수용할 준비가 안 됐고, 유럽은 이미 증식한 표범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국내에 무상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수컷과는 근연관계(유전적으로 밀접한 관계)라 번식에 동원하지는 못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 호랑이와 표범 보전을 위한 민간단체인 범보전기금을 이끄는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번식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표범 2마리를 들여와 사육하는 것은 국제적 한국표범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표범이 늘어나면 북한까지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고, 이는 표범이 한반도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2018년 환경부가 만든 멸종위기야생생물보전종합계획에 따르면 절멸여부, 원종확보 가능성, 민간 동의여부 등의 평가를 거쳐 결정한 복원대상인 64종에 한국표범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럽의 제안이 귀중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국내 복원 정책에 맞는지, 국내 사육이 실현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과장은 또 "서울대공원 내 암컷 한국표범 확보를 위해 지난해 열린 한∙러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분과위원회에서 러시아 측에 암컷 한국표범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고 공감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항 교수는 "한국표범의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한국표범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증식사업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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