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산업 투자금과 비슷한 규모
미국에 이어 유럽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본격 뛰어든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 미국과 아시아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최대 450억 유로(약 61조6,200억 원)에 달하는 반도체 산업 투자 방안 등을 담은 ‘유럽 반도체 법(EU Chips Act)’을 제안했다. 이미 진행 중인 300억 유로 규모 공공ㆍ민간 투자에 150억 유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EU 관리들은 “전체 투자 금액은 앞서 미국이 내놓은 반도체 산업 육성 투자 계획 52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번 투자 계획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회원국들을 모두 합쳐 9% 수준에 불과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10년간 반도체 수요가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목표는 8년 안에 반도체 생산량을 4배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EU는 공급망 불안과 외부 의존성 심화를 우려해 왔다. 단순히 EU의 산업 경쟁력 약화만이 아니라 기술 주권이 걸린 문제라는 위기감도 팽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반도체는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핵심이자 현대 경제의 기반”이라며 “팬데믹은 공급망의 취약성을 아프게 노출시켰고 생산 시설을 멈추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반도체 시설은 유럽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반도체 법’을 통해 반도체 개발과 설계, 시험 등을 서로 연계시키고 EU와 각 회원국 간 투자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은 향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 적용된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반도체 없이는 디지털 전환도, 녹색 전환도, 기술 리더십도 없다”면서 “최신 반도체 공급 확보는 경제적, 지정학적 우선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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