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변호사 비용 들이지 않고 소음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8일 황언구 청주국제공항 주민협의회 회장은 오랜만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충북 청주시 군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해 공군이 주민에게 배상금 3억7,357만 원을 지급하라고 확정지었다. 주민협의회가 분쟁조정위 문을 두드린 건 2019년이었으니 3년 만의 성과다.
이번 배상 결정은 2020년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법)' 시행 이전 피해에 대해 소송 없이 조정만으로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공군 비행장은 청주 이외 광주 원주 수원 대구 예천 청주 강릉 충주 서산 등 총 9곳이 있다. 이들 지역 주민도 2020년 법 시행 이전 피해에 대해 복잡한 법적 소송 없이 배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공군 비행장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다. 일정 정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입법 작업이 무산되다, 2019년에야 가까스로 군소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2020년 11월부터 시행됐지만, 소급적용 조항이 빠진 바람에 법 시행 이전 피해에 대해 배상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주민협의회는 2019년부터 재정신청을 내는 등 문제제기를 시작했지만, 참여주민 수는 초창기 2,497명에서 점차 줄기 시작했다. 배상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는 민사소송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이겼다 해도 본전인 경우가 많았다.
황 회장은 "변호사들이 수임료로 배상금의 15~30%까지 받아가는 통에 정작 소송에서 이겨도 남는 게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분쟁조정위는 0.3% 이하의 수수료만 납부하면 결정에 따른 배상금은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된다. 최종적으로 남아 이번 결정을 받아든 주민은 518명. 거주기간 등을 감안해 최대 145만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번 배상 결정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군 비행장은 광주 원주 수원 대구 예천 청주 강릉 충주 서산 등 모두 9개 지역에 있다. 문제는 2020년 법 시행 이전 소음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느냐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공군 비행장이 있는 지역 대부분이 소송을 한 번씩은 냈기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소음지도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주 사례처럼 다른 지역에서 이를 배상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