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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 '이선망(이번 선거는 망했다)'

입력
2022.02.0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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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연합뉴스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연합뉴스

이번 선거, 투표하기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거나, 이것이 민주주의 선거 맞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달리 대안은 없다. 선거는 결국 치러질 것이다. 승자는 문제의 소재를 제공한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다. 누가 되든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큰 대통령이다. 1위 득표를 했다지만, 다수가 원치 않는 대통령의 출현을 지켜볼 상황이다.

선거 이후는 희망적일까? 아닐 것이다. 정치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경쟁과 협력이 아니라 적대와 증오가 정치를 지배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 정당의 집권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결의에 찬 정당정치다. 그러니 어느 쪽이 집권하든 승복과 협력은 기대할 수 없다. 차라리 여론의 눈치라도 보는 지금 선거 때가 낫지, 선거 이후 권력의 향방이 가려진 뒤에는 더 무례한 정치가 될 것이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보자. 여야 위치가 바뀐 입법부가 제대로 작동할까? 새 대통령은 야당이 된 국회 다수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반대 진영의 시민들은 새 대통령의 정당성을 인정할까? 반대로 정권 재창출이 됐다고 해보자. 패자 진영이 결과를 받아들일까? 소수 야당의 상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텐데, 정치가 돌아가기는 할까? 그때 보수 시민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거리로 나서는 쪽은 이제 그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혹자는 양당제라 그런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당제는 상위 두 정당이 사회적 합의 기반을 넓히는 방향으로 경쟁하는 정당정치를 가리킨다. 가장 많은 유권자의 요구가 밀집해 있는 '중위수 유권자'(median voters)를 향한 수렴적 경쟁이 양당의 합리적 선택이 될 때 양당제라고 한다. 양당제라면 불평등과 차별 개선같이 꼭 필요한 변화에 정치적 갈등 비용이 줄어야 정상이다. 양당이 사회를 더 깊고 넓게 통합하는 정치를 해야 양당제다.

지금 우리 정치는 그와 거리가 멀다. 갈등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통합하는 정치가 아니다. 없는 갈등도 만들고, 있는 갈등은 혐오로 바꿔 내는 것이 지금의 양당 정치다. '양당제 정치'와 '양극화 정치'는 반딧불과 번개만큼이나 다르다. 양극화 정치에서 양당은 권력 위치만 다를 뿐, 똑같은 유형의 정치를 한다. 두 당 모두 권력투쟁에만 전념하기에, 야당일 때는 '야당스럽기만' 하고 여당일 때는 '여당스럽기만' 하다. 요즘 유행어로 하면 '내로남불'이다.

양극화 정치에서 죽어나는 건 정치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가난한 시민이 더 가난해지는 사회, 나이든 것도 모자라 빈곤과 고독사의 위험까지 안아야 하는 노인들의 삶에 정치는 없다. 정치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것이 되었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된 아프간 전쟁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모두 17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시민 됨을 포기한 자살자는 24만 명이 넘는다. 이런 사회 상태를 방치하는 정치를 정치라고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이런 정치 그만하자!'고 말하는 후보가 나왔으면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이선망(이번 선거는 망했다) 할 생각이다. 정치, 정말 바뀌었으면 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국회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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