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한 세종시가 규제 완화를 동반한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세종시를 국가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개발 기대감이 큰데, 강력한 환수 장치를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같은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공장용지에 아파트 지으면 25% 환수
7일 정부부처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이런 내용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만들어 지난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전협상제도'로 불리는 이 지침은 이름 그대로 민관이 사전협상을 통해 개발계획을 세우라는 내용인데, 방점은 개발이익 환수에 찍혀 있다. 공공의 규제 완화로 발생한 막대한 개발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식하는 걸 막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전협상 지침을 보면 세종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애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에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면, 민간사업자는 개발이익의 25%(공공기여비율)를 시에 공공기여해야 한다. 사업성이 좋아지면 자연히 땅값이 오르는 만큼 이 같은 규제 완화 효과를 반영해 땅값을 감정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공공기여량'을 산출한다.
이전엔 사업장 주변에 도로만 깔아도 공공기여로 인정됐는데, 사전협상 지침은 도로나 특정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은 공공기여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기숙사 또는 세종시가 인정한 공공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현금만 공공기여로 인정한다. 때문에 앞으로 민간사업자가 세종시에서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개발사업을 할 땐 기존 도로에다 임대주택 등까지 지어 시에 제공해야 한다.
민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강력 반발
세종시는 지난해 땅값이 7% 넘게 오르며 2년 연속 전국 상승률 1위를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조치원읍(14.32%), 장군면(13.92%), 연서면(11.86%) 등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은 읍면 지역이 많은데 이들 지역의 개발 수요가 상당해 강력한 환수 장치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장동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차기 정부에서도 세종시 개발은 탄력을 받을 텐데, 사전협상제를 통해 인허가권을 둘러싼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 건설업계는 갑작스레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앞으로 땅값이 오를 걸 가정해 땅값을 매긴 뒤 거기서 25%를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와서 사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사전협상제도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광역시를 비롯해 경기 부천, 고양, 화성, 성남시(2020년 도입) 등 총 12개 지역이 도입했다. 다만 가장 먼저 시행한 서울(2009년)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선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환수 비율도 30%로 높아 서울이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룡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장은 "개발사업 인허가권은 공공 성격이 강해 환수장치 마련이 필요하지만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성 등 행정력도 뒤따라야 하는데 미흡한 지역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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