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한 장'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터져버린 대만의 반중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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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한 장'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터져버린 대만의 반중 감정

입력
2022.02.04 16:33
수정
2022.02.0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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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국 유니폼 착용
"대만 들어오지 말라" 비난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연습 중인 대만 스케이팅 국가대표 황위팅. 대만 자유시보 캡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만 스피드 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가 무심코 입은 유니폼 한 장 때문에 대만이 들썩거렸다. 가뜩이나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 국민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4일 대만 매체 포커스타이완 등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 중인 대만의 스케이트 선수 황위팅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베이징 현지에서 훈련 중인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문제는 그가 입은 유니폼에는 국제 대회에서 대만이 사용해온 국호인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bei)'가 아닌 'CHN(China의 약자)'이라고 박힌 중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점이다. 게다가 사진 속 황위팅은 빙판 위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만을 일개 성(省)으로 간주하는 중국에 반발하는 대만 국민들에겐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행위로 여겨졌다.

황위팅은 “친한 중국 선수에게 선물로 받은 유니폼을 입은 것뿐”이라며 “스포츠에는 국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대만인들은 날 선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인이 되는 것은 좋지만, 대만으로 돌아오지는 말라”, “당신이 쓴 돈이 (대만의) 납세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대만 대표팀 유니폼을 중국인 친구에게 선물해 입도록 해봐라”는 등의 비난 일색이었다.

황위팅의 중국 대표팀 유니폼 착용은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가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대만인들의 오랜 비통함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대만은 올림픽 등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중화 대만'을 뜻하는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bei)’라는 국호만 사용한다. 1979년 미ㆍ중 수교 이후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입김이 세지며 대만(Taiwan)이라는 명칭은 거의 쓰지 못했다. 지난해 열린 도쿄 하계패럴림픽 당시 일본 공영 NHK가 '대만'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대만 매체들이 "일본 NHK가 대만의 이름을 바로잡았다"며 반색했을 정도다. 국호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급기야 중국 유니폼을 입은 자국 국가대표의 모습에 대만인들의 반중 감정이 터져버린 셈이다.

논란이 증폭되자 린저훙 대만 체육서장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붙은 분노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린 서장이 “황위팅에 대한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황위팅은 결국 해당 영상을 삭제하면서 “나를 응원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대만 선수들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황위팅은 오는 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를 시작으로 13일 500m, 17일 1,000m에 출전한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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