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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 자유 침해"

입력
2022.02.03 19: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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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대사관 시위 경찰에 제지당하자 소송
1·2심 이어 대법도 "표현의 자유 침해 인정"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주한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를 제한한 경찰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2016년 2월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주 동안 매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기자회견 뒤 대사관 앞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경찰 제지로 20m가량 떨어진 인도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이 외국 공관 보호의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에 따른 제지라고 설명했다. 비엔나 협약 22조 2호는 '접수국은 어떤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경찰 공무원들이 1인 시위를 제지함으로써 원고(민변 측)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민변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대사관 부근에서 결국 1인 시위를 할 수 있었던 점과 경찰의 제지 경위를 고려해 청구된 금액의 10분의 1 수준인 200만 원(1인당 20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가 있다는 것만으로 공관의 안녕이나 외교관 신체에 대한 침해나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범죄 행위를 하려 했다거나 원고들 행위로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민변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이 대법원에서 불법 행위로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정치 질서를 생성·유지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제한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한 판결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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