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에 두바이유 가격 급등
고환율로 유가 등 수입물가 부담 가중
가공식품 도미노 인상도 물가 자극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급등으로 국내 물가 역시 상당기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체감 유가 이미 100달러 돌파
2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88.3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배럴당 70.11달러까지 떨어졌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불과 40여 일 만에 26.1%나 가격이 뛰었다.
최근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유가 부담은 더 치솟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긴축 우려 등으로 원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05.5원(지난달 28일 기준)까지 올랐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만6,554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원화로 살 수 있는 국제유가의 배럴당 가격이 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건 2014년이다. 그해 8월12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3.25달러로 100달러를 넘었지만, 원·달러 환율(1,026.4원)이 지금보다 낮아 10만5,976원을 지불하면 한 배럴을 살 수 있었다. 기름값 자체는 배럴당 88달러대에 불과하지만, 고환율 영향으로 국내 체감 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고유가·고환율로 물가상승률 3%대 후반 웃돌 것"
국제유가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국내 물가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당장 지난달 마지막 주 L당 1,651.0원을 기록한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부터 올라 L당 1,7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보통 2, 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는데, 최근 고환율 효과까지 고려하면 L당 1,8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더구나 미국 연준이 올해 5회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과 러시아의 싸움으로 번진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적어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국내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미 3%대 후반까지 올라선 물가 상승률이 △석유제품 가격 인상 △수입 물가 상승 △서비스 물가 오름세 영향으로 이달 4% 안팎까지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3.8%로 연간 고점을 기록한 후 12월에는 3.7%를 나타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 역시 3% 후반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구나 식품업계가 설 연휴 이후 빵과 장류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외식 물가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안 등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말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국제유가 변수까지 더해진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연말 수준을 웃돌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