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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합류 N번방 추적 박지현 "신고자 30%가 남성, 남녀 힘 합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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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합류 N번방 추적 박지현 "신고자 30%가 남성, 남녀 힘 합칠 때"

입력
2022.02.03 10:30
수정
2022.02.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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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지현 與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20대 남성도 디지털성범죄 대상 될 수 있어"
20대 여성에 "안전함 느끼도록 목소리 낼 것"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한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민주당 제공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한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민주당 제공

"저희(추적단 불꽃)에게 연락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30%가 남성이었다."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하며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박지현(26)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은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0대 남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학대한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박 위원장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디지털 성범죄의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호응하는 일부 20대 남성들을 향해 "대립하지 말고, 좋은 세상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후에도 유사 범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해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20대 남성의 분노를 표심 잡기에 활용하는 현실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N번방 방지법도 생겼고 사회가 변한다고 하지만, 새해 들어 첫 2주 동안 추적단 불꽃에 온 피해자의 신고는 5건이나 됐다"며 "그런데 피해 영상물을 찾는 최소한의 행위(N번방 방지법)를 검열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부족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9일 공개된 '닷페이스'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출연자와 대담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9일 공개된 '닷페이스'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출연자와 대담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민주당 합류는 선뜻 이뤄진 결정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피해자를 향한 민주당 구성원들의 '2차 가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니터링하는 텔레그램 방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올라올 것도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위원장은 "피해자분들께 민주당이 어떻게 반성해야 할지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근절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자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인 2020년 6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을 경기도에 꾸렸고, 이듬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보호 및 상담 △피해영상 삭제 △법률 및 의료 지원을 한 번에 담당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추적단 활동을 하면서도 경기도민인 피해자에게 연락을 받으면 그래도 경기도 센터로 연결해 드리면 되겠다는 안심이 됐다"며 이 후보의 시도를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이 후보가 "나를 친여성적이라고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2030세대 여성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박 위원장은 "좋은 공약이 사실 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좋은 공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성착취물로 얻은 범죄 수익은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거나 재판이 불가해도 환수하는 '디지털 성범죄 수익 독립몰수제'를 꼽았다. 20대 여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 위원장은 "안전함을 느끼면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필요한 공약을 계속 발굴하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활동가로서 느낀 제도적 한계 등이 정치 참여의 계기가 됐나.

"새해 들어 2주간 추적단 불꽃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연락한 게 5건이 된다. N번방 방지법도 생겼고 사회가 변화를 했다고는 하는데 현실을 보면 여전히 그런 범죄는 발생하고 피해자의 일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내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치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모니터링하는 텔레그램방에 사진과 이름이 올라올 것까지 감수하고 민주당 선대위 합류를 결심했다고 들었다.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만 명이 있는 텔레그램방을 모니터링해왔다. 텔레그램방에 제 기사 사진들이 올라오며 '모음집'이라고 하더라. '마스크 벗은 사진을 구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했던 결과라 크게 놀랍지는 않다."

-피해자들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기도 했나.
"한 피해자가 '언니가 정치를 해줘서 난 너무 좋다'고 응원해줬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민주당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내고 싶나.
"디지털 성범죄를 여성만의 문제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남성 피해자도 분명히 발생하고 있고,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데 이재명 캠프가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N번방 방지법을 '검열'이라 비판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말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안타깝다. 20대 남성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N번방 방지법은 일반 채팅방이 아닌 오픈 채팅방에서 피해 영상과 동일한 해시값(파일의 고유 데이터 값)을 가진 영상을 잡는 것이다. 그걸 검열이라고 하는 건 대통령 후보로서 너무 자질이 부족한 말이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폭력이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합류를 망설이지 않았나.

"민주당 합류에 앞서 제일 고민이 됐던 부분이다. 저의 영입이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컸다. 그래도 권인숙 의원이나 정춘숙 의원처럼 그런 과오를 반성하고자 하는 분들도 여럿 계시니까, 이곳에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민주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드릴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합류 배경으로 이재명 후보가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때 출범시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등을 보고 그런 평가를 한 건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있는 지역이 아직 많지 않다. 저희가 활동할 때 피해자가 경기도분이라고 하면 그래도 '경기도 센터로 연결해 드리면 되겠구나' 안심이 됐다. 피해 영상이 유포되는 게 피해자에게는 가장 큰 두려움이기 때문에 (영상 삭제까지 담당하는) 센터가 전국에 확대되는 건 너무 필요하다."

-그럼에도 2030세대 여성의 이 후보에 대한 시선이 차갑다.

"친여성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뒤집기 위해 남은 한 달 동안 알려지지 않은 공약을 발표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수익 독립몰수제라는 게 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유통시켜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될 때도 추진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고 싶다.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정부 부처가 아니라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청소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부처다. 이 역할을 어떻게 잘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지, (존립을 두고) 남성과 여성이 대립할 때가 아니라는 건 너무 당연하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하고 싶다. 저희(추적단 불꽃)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주는 피해자 중 약 30%는 남성이었다. 남성 피해자도 결코 적지 않다."

-이 후보 지지를 망설이는 20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폭력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본인이 일상을 살아가고 안전함을 느껴야 다른 것들도 생각할 수 있다. 여성이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공약을 발굴해내고 목소리를 낼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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