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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기로 노예 생활...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2.04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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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7명의 포로'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마테우스는 꿈을 품고 대도시에 오나 잔인한 노동 착취의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는 꿈을 품고 대도시에 오나 잔인한 노동 착취의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8세 이상

시골 청년 마테우스(크리스치앙 말레이루스)는 꿈이 있다. 돈을 벌어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밭일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가난이라는 단어를 잊고 편안하게 살기를 원한다. 방법은 하나다. 도시에 가서 돈을 버는 것. 운 좋게도 동네 아저씨의 소개로 대도시 상파울루에 일자리를 얻었다. 숙식까지 제공해준다니 더할 나위 없다. 선금을 받아 어머니께 드렸다. 이제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 마테우스는 승합차 안에서 만난 또래들과 함께 마음을 부풀리며 상파울루로 향한다.

①지옥 같은 곳의 노동

마테우스(오른쪽)가 취직한 고물상의 사장 루카는 냉혹하고 잔인하다.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오른쪽)가 취직한 고물상의 사장 루카는 냉혹하고 잔인하다.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 등이 도착한 곳은 도시 변두리 고물상이다. 지저분하지만 숙소가 있긴 하다. 다음날부터 일을 배우고, 노동에 들어간다. 며칠 동안 일을 했는데, 사장 루카(호두리구 산토루)는 품삯을 안 준다. 마테우스 등은 거칠게 항의한다. 루카는 선금에다가 교통비, 숙식 등을 제공했으니 오히려 자기가 받을 돈이 쌓여 있다고 주장한다. ‘취업 사기’라는 항변에 루카는 권총을 내민다.

브라질 영화 '7명의 포로'. 넷플릭스 제공

브라질 영화 '7명의 포로'. 넷플릭스 제공

탈출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 1명이 탈출에 성공하나 곧 경찰에 잡혀 온다. 무슨 조화인지 루카는 폭력배에 경찰까지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 도망치면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루카의 협박은 설득력이 있어 두렵다.

②탈출할 수 없다면 협조밖에

마테우스는 사장 루카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인신매매 등 비인간적인 일까지 관여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는 사장 루카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인신매매 등 비인간적인 일까지 관여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는 동료들 중 유일하게 고교까지 졸업했다. 그는 리더 역할을 하며 난관을 벗어나려 한다. 하루 작업 시간을 늘려 빚을 6개월 만에 갚겠다고 루카에게 제안한다. 루카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동료 일부는 마테우스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 착취만 당할 뿐이라며 지옥 같은 고물상을 벗어나기 위해선 루카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익이 늘자 루카의 태도는 바뀐다. 마테우스 등이 샤워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맥주까지 준다. 마테우스는 루카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고, 루카는 마테우스를 신뢰한다. 마테우스에게 여러 일을 일임하고, 보너스에다 삶에 대한 조언까지 더한다.

③사람은 어떻게 기성질서에 편입되나

마테우스는 끔찍한 노동 착취의 현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탈출해서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는 끔찍한 노동 착취의 현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탈출해서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제공

마테우스는 조금씩 루카의 삶을 알게 된다. 루카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을 위해 돈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삶을 살았다. 루카의 삶을 이해하자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보인다. 마테우스는 루카가 제공하는 당근의 맛에 점점 빠져들기도 한다. 동료들과 다른 대우로 그는 어느덧 중간 관리자 자리에 놓인다. 루카는 한쪽 편을 택하라 종용한다. 마테우스는 루카가 경찰과 폭력 조직이라는 상반된 집단과 각기 손잡고 일할 수 있는 배경을 알게 된 후로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그는 자기가 맞서 싸우려 했던 부조리한 기성질서에 발을 들인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최신 브라질 영화다.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지 않은 배경과 인물, 언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소재와 주제는 보편적이다. 노동 착취를 당하는 영리한 청년이 현실을 바꾸려고 나섰다가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은 울림이 제법 크다. 정치 권력과 공권력, 폭력 조직이 결합해 약한 자를 착취하고 기득권을 강고히 다져가는 모습을 서늘하게 그린다. 폭력과 착취는 서열화돼 있고, 체계적이다. 영화는 브라질 사회에 대한 비판이면서 혁명과 반동에 대한 비유로 읽히기도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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