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 과거사에 대한 망언, 성차별, 인종 차별적 막말로 유명한 일본 우익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가 1일 사망했다고 교도통신과 NHK 등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고베 태생인 고인은 1956년 히토쓰바시대 재학 중 쓴 소설 ‘태양의 계절’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으며,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다. 동생은 배우와 가수로 활약한 스타 이시하라 유지로다. 1968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뒤 4년 후 중의원에 입성, 총 9선을 했다.
1989년 미국에 대해 선을 긋는 태도를 주장한 저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같은 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다가 패한 후 1995년 중의원 의원을 사직하고 4년 뒤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2016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149억 엔을 들였지만 실패했다.
주변국 갈등 부추기는 망언 계속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하는 그는 도쿄도지사 재임 중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촉발하는 망언을 연달아 했으며, 인종차별, 성차별적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몇 살에 죽을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남에게 미움 받아 죽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0년에는 이른바 ‘제3국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3국인, 외국인이 흉악한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가 비판받았다. 이는 과거 일제강점기 식민지였던 ‘제3국’ 출신으로 징용 등을 통해 일본에 온 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던 재일 조선인과 중국인을 지칭하는 차별적 표현이다.
2003년에는 “한일합방(한일병합)은 조선인이 총의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고, 2004년에는 아시안컵 축구경기대회에서 중국 관중이 일본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자 “중국인은 민도가 낮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2012년에는 도쿄도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매입할 의향을 밝혀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2013년 6월 도쿄 거리연설에서 “위안부를 알선한 것은 상인들인데 국가가 했다고 한 것이 고노 담화”라며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인이 그녀들을 강제 연행한 증거는 없다. 생활이 힘든 시기에 여성이 매춘을 하는 것은 돈을 버는 일 중 하나였다. 그녀들은 스스로 이 일을 선택했다”며 일본군에 의한 강제 동원을 부인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에 "'화장떡 중년'에게 도쿄를 맡길 수 없다"
자국민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고도 살아가는 것은 낭비이고 죄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남자는 80, 90세라도 생식능력이 있지만 여자는 폐경이 돼 버리면 아이를 낳을 능력이 없다”며 장수하는 여성 노인에 대해 “그 나이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지구에 있어 매우 나쁜 폐해”라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는 상대 후보 지지연설을 하며 “'화장떡 중년'에게 도정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가 당선된 다음날, 둘째 아들인 요시즈미가 TV프로그램에서 “이시하라 신타로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아마 사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제가 대신…”이라고 말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10월 도지사를 사임한 후 ‘태양의 당’을 창당, 역시 극우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끈 일본유신회와 합당했다. 자신을 ‘80세 폭주 노인’이라며 다시 중의원에 도전, 17년 만에 국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낙선한 후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을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시하라 노부테루(64) 전 자민당 간사장, 배우 겸 탤런트인 차남 요시즈미(60), 중의원 의원인 3남 히로타카(57) 전 환경장관, 화가인 4남 노부히로(5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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