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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존슨 英 총리... '관저 파티'에서 무슨 일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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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존슨 英 총리... '관저 파티'에서 무슨 일 있었기에

입력
2022.02.01 12:50
수정
2022.02.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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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게이트' 조사한 수 그레이 보고서
"경찰 조사 기다릴 필요 없어...
그들 방식, 허용 안돼" 존슨 정조준
야당 "총리 사퇴" 맹공... 보수당도 가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 출석, 이른바 '파티게이트'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 출석, 이른바 '파티게이트'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먼저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 앞에서 사과부터 했다. 그간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열변을 토해 왔던 그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존슨 총리가 고개를 숙인 것은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수칙을 어기고 직원 등과 다우닝가 총리 관저 등에서 음주를 동반한 모임을 가진 이른바 ‘파티게이트’에 관해서다. 존슨 총리는 하원에 출석한 야당 의원들의 “사퇴하라”는 거센 외침 속에서 “분노를 이해한다”며 “미안하다는 말로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거울 속 자신을 보고 배워야 하는 순간”이라며 납작 엎드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방역 수칙 위반을 조사한 '수 그레이 보고서' 표지.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방역 수칙 위반을 조사한 '수 그레이 보고서' 표지.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처


수 그레이 보고서, 뭘 담았기에…

이날 존슨 총리의 ‘파티게이트’를 조사한 수 그레이 보고서가 공개됐고 여론이 비등했다. 보고서는 다우닝가 총리 관저와 화이트홀에서 발생한 16건의 방역수칙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일부 모임은 정부의 핵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되는 높은 기준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인 전체에게 기대되는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심각한 실패를 나타낸다”며 “10번(총리 관저)과 내각의 다른 부분에서 리더십과 판단의 실패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일부 직원은 직장에서 목격한 행동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다우닝가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구조가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다. 리더십 구조가 파편화되고 복잡하며, 이로 인해 때때로 책임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정부 전반에 걸쳐 즉각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이러한 사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며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많은 모임이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발생하거나 발전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최악의 총리… 사임하라” 기회 만난 野

수 그레이 보고서가 발간되자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가 존슨 총리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데이비 대표는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이 보고서는 ‘기소장’과 다름없다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총리가 거짓말을 했으며,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존슨 총리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총리라고 생각한다”며 집권 보수당에도 “애국적 의무를 다 할 때가 왔다”며 총리를 축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원내대표도 “총리는 사임하거나 사무실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 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존슨 총리가 소속된 보수당의 사상적 리더 격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대처 전 총리는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불편할 때 그 의무를 회피하려고 하면 피통치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가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앤젤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 역시 존슨 총리를 정조준했다. 레이너 부대표는 “장례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었지만 다우닝 스트리트에서는 파티를 하고 있었다”며 “역겹다”고 총리를 힐난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영국 지도자로서의 제1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총리는 이미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테리사 메이(가운데 파란 상의) 전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가운데 파란 상의) 전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與, 존슨 총리 ‘옹위’ 마음 떠났나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의회에서 존슨 총리를 맹비난하는 동안 여당인 보수당 의원석에서 침묵이 계속됐다고 스카이뉴스는 보도했다. 야당이 총리를 공격하는 동안 야유가 이어지던 평소와 달랐다며 “충격적”이라고 스카이뉴스는 덧붙였다. 이미 존슨 총리가 당내 지지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측인 셈이다.

실제로 존슨 총리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역시 존슨 총리를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 전 총리는 이날 하원 회의에서 “지도자는 규칙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뗐다. 메이 전 총리는 이어 “존슨 총리는 규칙을 읽어 보지 않았거나,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규칙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이 중 무엇인가”라고 존슨 총리를 압박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벌써 ‘차기 총리’ 하마평… 유력 후보는?

영국 여론조사업체 레드필드앤드윌튼스트레티지스(RWS)는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를 통해 “스타머 대표가 존슨 총리를 모든 리더십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특히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믿는 영국인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RWS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존슨 총리를 꼽은 비율은 14%”라고 전했다. 응답자 중 42%가 스타머 대표를 지목한 것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스카이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보수당이 불신임 투표로 존슨 총리를 해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24%였다. 스카이뉴스는 또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좋은 리더라는 응답이 46%, 나쁜 리더라는 응답은 33%로 나타났다며 순지지율이 1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수낙 장관의 순지지율 13%포인트는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순지지율 -7%포인트, 제러미 헌트 하원의원의 -16%포인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의 -18%포인트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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