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는 日 여당 속 야당?" 기시다 정책 사사건건 태클 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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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는 日 여당 속 야당?" 기시다 정책 사사건건 태클 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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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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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당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현 자민당 정조회장. 도쿄=AFP 연합뉴스


“사도 광산 등재는 국가의 명예와 관련된 사태다. 반드시 금년도에 추천해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이 지난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에게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추천을 압박하며 한 말이다. 워낙 강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에 자민당 내에서도 “마치 야당 같다”며 불만이 나올 정도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의 합동 공세가 연일 계속되자, 애초 등록 실패 가능성을 우려해 추천을 보류하려던 기시다 총리는 올해 추천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당 4역'인데도 '다카이치 색'만 강조

다카이치 정조회장이 기시다 총리의 정책에 ‘태클’을 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갑자기 등장해 강경 보수 세력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은 다카이치는 기시다 총리 취임 후에도 계속 ‘다카이치 색깔’을 내는 데 열중해 왔다. 정조회장은 간사장, 총무회장,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당 4역’으로 불리는 자민당 내 최고위 임원진 중 하나인데도, ‘원 팀’으로서 기시다 내각의 성공을 돕는 대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 외교 안보 정책에서 비둘기파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를 강하게 공격해 흔들고, 차기 총리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10월 말 실시된 중의원 선거 공약을 작성할 때부터 기시다 총리의 정책보다 자기 정책을 우선했다. 총재 선거 시절 자신이 제시했던 ‘위기관리 투자, 성장 투자’ 구호를 포함하고 원전 개발 관련 내용도 추가한 반면 기시다 총리가 제안했던 ‘레이와 버전 소득 배증 정책’이나 육아 가구에 대한 주거비·교육비 지원 등의 정책은 빼 버렸다. 당시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기시다 총리의 공약이 일부 빠졌다는 지적에 “당 차원 공약이기 때문”이라며 “빠진 공약을 (내각이) 추진하면 당에서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8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한자를 쓴 종이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두 사람이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재정 관련 당내 조직 2개 만들어져... 기시다 총리와 정면 충돌

지난해 12월엔 재정 건전성 문제를 놓고 기시다와 다카이치의 견해가 첨예하게 부딪쳤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아베 전 총리의 의견을 수용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정책을 발표했지만, 사실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아소파 쪽 견해에 더 가깝다. 총리 취임 후 반발에 부딪쳐 철회했지만 총재 선거 당시에 ‘금융소득과세’ 인상을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베와 다카이치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는 한 재정적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적극 재정파다.

이에 다카이치는 12월 1일 자민당 정조회 안에 있던 조직인 ‘재정 재건 추진본부’의 이름을 ‘재정 정책 검토 본부’로 바꿔 임원 회의를 열었다. 아베 전 총리를 최고 고문에 초대하고 조직의 설립 목적 자체를 정반대로 바꿔버렸다. 그러자 기시다 총리는 당내 ‘재정 건전화 추진본부’를 새롭게 만들었다. 총리는 재정 건전파인 아소 다로 부총리를 최고 고문으로 임명한 이 본부의 발족식에 참석해 “재정은 나라 신용의 기초이며, 당장 필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재정정책)과 중장기적 재정 건전화는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정당 안에 적극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두 개의 정책본부가 만들어진 셈이다.


관저에 직접 찾아가 "외교적 보이콧 하라"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과 관련해 매우 강경한 정책을 고집하는 다카이치는 총리의 대 중국 외교 자세에도 정면 도전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초 베이징 올림픽에 장관 등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자 14일 다카이치는 관저로 총리를 찾아가 일본 정부도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라고 요구하고, 중국 정부에 의한 인권 침해를 비난하는 국회 결의도 채택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슈칸분슌은 “집권 여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인 정조회장의 언행이라고 보기엔 일탈”이라는 관저 관계자의 불만을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관저에 정면으로 쳐들어가다니, 당 4역의 한 사람이 노골적으로 할 짓이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기시다는 조용한 견제... 참의원 선거 후 내칠까

하지만 아직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않고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목소리가 크고 열성적인 보수파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다카이치와 정면 대결하려 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주장을 어느 정도는 수용하되 강도를 낮추고, 자신이 중요시하는 일부 정책은 모테기 간사장에게 맡기는 등의 방식으로 조용한 견제를 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외교적 보이콧’을 언급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가 장관을 보내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고, 사도 광산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중국 인권 결의안도 ‘중국’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고 과격한 문구는 초안에서 삭제해 2월 1일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가 주변국에 강경하지 않은 ‘비둘기파’라는 이유로 우파 유권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황에서, 다카이치나 아베 전 총리의 압박에 정면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확실히 승리할 경우 앞으로 3년 간 대규모 국정 선거가 없으므로 기시다 총리가 확고한 기반을 갖게 되고, 이 경우 다카이치를 정조회장에서 내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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