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보완수사 필요" 수차례 보고, 매번 반려
박은정 "수사기록 직접 보겠다"…한 달여 무소식
성남지청 "견해 차이 상급청 보고 준비 중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의 표명 배경이 박은정 지청장과의 갈등으로 파악되면서 그 경위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박 지청장은 수사팀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등의 검토 의견을 수차례 반려하고 급기야 자신이 직접 검토하겠다며 수천 쪽의 수사기록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지청은 28일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박 지청장은 수사팀의 검토 의견에 대해 직접 수사 기록을 사본해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기관장이 통상 수사팀의 요약 보고를 받고 사건 지휘를 내리는 것과 달리 분량이 28권 8,500여 쪽에 달하는 성남FC 사건 수사기록을 복사해 직접 살펴봤다는 것이다. 이어 수사팀과 견해 차이가 있어 각 검토 의견을 그대로 기재해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박 차장검사가 사직했다고 부연했다.
논란이 된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 시절 두산건설·네이버·분당차병원 등 관할 기업 6곳에서 후원금 160억여 원을 받고 인허가 등 특혜를 줬다는 게 골자다. 경기 분당경찰서가 3년 3개월 수사하다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분하며 자체 종결했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해 성남지청으로 송치됐다. 성남지청 수사과도 이 중 네이버 등의 후원 경위를 지난해 별도 수사하고 무혐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성남지청 형사1부 A주임검사는 당초 경찰의 광고비 관련 자금 흐름에 대한 계좌추적의 미비점 등을 포착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와 박 차장검사도 A검사의 의견을 수긍했고, 박 차장검사가 박 지청장에게 여러 차례 보완수사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장검사는 뜻이 관철되지 않자 동료 검사들에게 "수사를 해야 하는데 기관장선에서 진전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과 의견 대립이 계속되자 박 지청장은 "수사기록을 직접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기록을 가져간 뒤 한 달 넘게 답변을 주지 않았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얘기다. A검사도 박 지청장의 지휘내용을 일지 형태로 기록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선 박 지청장의 수사기록 직접 검토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비효율적으로 지청장이 기록 수천 쪽을 직접 본다고 가져가는 것은 수사팀을 못 믿거나 수사 방향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으로 통상 해석되는데, 검사에게는 모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검사가 25일 검찰 내부망에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해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올린 사직 글에는 이날 오후까지 안타까움과 사직 경위 관련 의문을 표한 댓글이 350개 넘게 달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26일 의혹 규명을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지시한 상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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