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애초 한국의 반발로 등재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류하는 쪽으로 검토했지만 자민당 내 보수파가 끝까지 반발하자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교도통신과 민영방송 TBS,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쪽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반발 등으로 추천 보류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자민당 보수계의 강한 요구를 받아 방침 전환했다"고 전했다.
추천 시한인 2월 1일 각의 결정할 듯
일본 언론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12시 10분에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부과학성 등 관련 부처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여태까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하지만 TBS는 일본 정부가 "(추천할 생각을) 오늘 저녁에라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해, 이날 저녁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관저에서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려면 시한인 2월 1일 전에 각의에서 결정해야 한다. 임시 각의를 열지 않을 경우 당일인 아침에 열리는 각의에서 결정하고 바로 추천하는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도 광산의 조선인 강제노역, 일본 정부는 부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 시대(1603∼1868년)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태평양전쟁 기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되면서 적어도 1,100명 이상의 조선인이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린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 측은 조선인에게도 일본인과 비슷한 임금을 주고 고용했다고 주장하며 강제노동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하시마·端島)를 포함해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메이지시대의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때 전제 조건으로 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추천할 경우 한일 외교전 다시 벌어질 듯
일본 외무성은 이로 인해 지난해 유네스코가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전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세계문화유산 추천에 앞서 관련국과 논의하는 것을 촉구하는 지침을 마련한 것 등을 근거로 올해 당장 추천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등 자민당 내 보수파는 각종 모임과 방송 출연, 기자회견,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가의 명예의 문제"라고 국민 감정을 자극하며, 이번에 반드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추천하면 2015년과 마찬가지로 다시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양국 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의 경우 일본인 시민단체가 오래 전부터 직접 찾아 기록해 놓은 자료가 많고 조선인 외에도 중국인, 연합군 포로 등 다양한 국가의 피해자가 있었던 반면, 사도 광산은 남겨진 기록이 적고 일본인 외에 동원된 사람도 조선인뿐이어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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