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1시간 만에 진입, 60대 남성 체포
그간 어머니 치료에 불만 쌓인 듯
일본에서 자신의 집에 조문을 온 의료진을 향해 사냥용 엽총을 쏴 부상을 입히고 부상자들을 인질로 삼은 6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한밤중 시작된 인질극은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졌고, 결국 인질 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중상을 입은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28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9시쯤 사이타마현 후지미노시의 한 주택에서 총기를 든 남자가 44세의 의사를 포함해 3명을 인질로 잡고 농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설득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11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전 8시쯤 주택에 진입, 이 주택에 거주하는 와타나베 히로시(66)의 신병을 확보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인질 중 의사는 심폐 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의사와 함께 방문한 40대 남성 간호사는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상이다. 30대 남성 개호사(한국의 요양보호사에 해당)는 얼굴에 최루 스프레이를 맞아 눈을 다쳤지만 다행히 경찰로 뛰어가 피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숨진 의사 등 의료진은 인질범의 모친이 사망한 건으로 전날 조문을 하러 방문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교도통신은 모친의 죽음과 관련해 그동안 진료해 왔던 의료진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용의자 와타나베는 약 3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와서 고령의 어머니를 간병하며 단둘이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의사는 내과 전문의로 10년 전부터 왕진 등 재택의료를 해 왔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크게 확산된 이후부터는 자택요양을 하고 있는 환자들을 찾아 치료해 온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갑자기 몸이 망가져 움직일 수 없어 공포를 느끼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도 (왕진) 의뢰가 있으면 돕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으로 일본에 자택요양자가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급증하자 그는 연일 심야까지 진료해 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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