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통합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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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통합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2.0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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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文 '모든 국민의 대통령 되겠다' 약속
야당·언론과 소통 안 해...국민통합도 무산
李·尹 역시 대화와 통합 메시지는 실종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야당인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정우택(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 등 야당지도부와 환담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한국일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새 대통령을 향해 '10대 두낫 리스트(do-not-list)'를 제언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해야 할 일' 못지않게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여론도 그랬다. 매 5년마다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고, 마침내 스스로 뽑았던 대통령을 스스로 끌어내리면서, 국민들 마음 속엔 새 정부가 뭘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이런 것만은 하지 말라는 소박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기사(2017년 5월 15일 자)를 통해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꼭 지켜주기를 바랐던, 비유적 표현의 10가지 두낫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혼밥하지 말라(소통)
2. 검찰을 수족으로 쓰지 말라(권력기관 사유화 금지)
3. 전용기 세워두지 말라(활발한 외교)
4. 구정권 색깔 지우기에 집착 말라(과거청산·정치보복보다는 미래 지향)
5. 청와대 몸집 키우지 말라(제왕적 대통령 차단)
6. 기업인 만나되 독대하지 말라(기업 의견 청취 및 정경유착 금지)
7. 정부조직 붙였다 떼었다 하지 말라(통과의례식 조직개편 자제)
8. 시장 이기려 들지 말라(시장 원리 존중)
9. 포스코, KT 쳐다보지도 말라(낙하산 인사 차단)
10. 블랙이든 화이트이든 리스트 만들지 말라(정부 간섭 배제)

이 리스트로 문재인 정부를 평가해 보면,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부분(예컨대 3, 6, 7번)도 있지만 그보단 실망스러운 항목(1, 4, 5, 8번)이 더 많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든 까닭은 지난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취지였지만, 놀랍게도 현 정부는 그토록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를 닮아 갔다. 바로 1번, 불통이 그랬다.

문 대통령이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소통형 리더와는 거리가 멀다는 건 분명하다. 대통령 취임 당일 야당 당사를 방문하고 청와대 춘추관으로 내려와 총리 지명자를 직접 발표할 때만 해도, 소통하는 대통령 시대가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임기 내내 야당과의 대화는 실종됐고, 기자회견은 1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였다. 야당이 대화 파트너다웠는가, 언론은 공정했는가를 따지고 싶겠지만, 그렇다 해도 대통령은 협치해야 할 책임,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통합에 실패했다. 대통령 당선 일성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진영의 골은 더 깊어졌고,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귀를 닫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임기 말치곤 경이적인 40%대 국정지지율이 나오고 있지만, 그건 국민 통합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과연 다를까. 모두의 대통령,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섬기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오찬이든 만찬이든 아니면 전화 한 통이라도 야당과 대화하는 모습, 내키지 않아도 수시로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두 후보의 공약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통합과 소통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경쟁적으로 돈 풀겠다는 얘기, 타깃 지지층을 향한 립서비스만 넘칠 뿐이다. 현 정부의 실패 이유를 숙고해봤다면 한 달에 한 번은 야당 지도부와 식사하겠다, 일주일에 한 번은 춘추관을 방문하겠다 같은 공약이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아무리 높아도 대선 투표율 80%, 득표율 50%를 못 넘긴다. 누가 되든 총유권자의 60%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통하지 않고 이런 '소수 대통령'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없다.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진지한 소통과 통합의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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