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외국인 27일 하루에만 2조 원 '투매'
긴축 공포에 유가 급등 "한국 포지션 정리"
여전한 불확실성 "보수적 접근 이어가야"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가 연일 국내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외국인은 27일 하루에만 우리 주식시장에서 2조 원이 넘는 물량을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최근 2주 사이 순매도한 규모만 약 5조 원에 달한다. 미국발(發) 긴축 공포에 질린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5%나 급락하면서 일본 닛케이225(-3.11%), 중국 상해종합지수(-1.78%)보다 더 큰 낙폭을 나타냈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거세질 것이란 동일한 재료를 받아들었지만,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날도 하락장을 이끈 건 무려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온 외국인이었다. 이날 코스닥을 포함해 국내 증시에서만 2조 원 이상의 물량을 팔아치우고 떠난 외국인의 투매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610선과 840선을 간신히 지켰다.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5.1원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며 1,200원을 재돌파했다.
외국인은 한국 대표 종목 위주로 물량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2주 사이 외국인은 3,500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 뒤를 네이버(3,000억 원)와 카카오(2,480억 원) 등이 잇고 있다. 외국인의 '팔자세'에 지난해 12월 '8만전자'에 복귀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7만1,3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가 상승 악재까지 겹치며 외국인의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1년 사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무역적자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포지션을 줄이려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이 같은 매도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데다,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 대내외 경제 환경까지 위축된 투자심리를 추가로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 수준에 우려가 모두 반영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며 "반등이 나오더라도 그 폭은 당분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에서 바닥을 추가로 확인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승우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감안할 때 2,600선 이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현 주가가 바닥 수준에 근접한 만큼, 분할매수 진입을 저울질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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