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폭락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
IPO 대어들도 '낙관' 어려워
올해 증시 입성을 노리던 기업들이 일제히 고심에 빠졌다. 공모주 청약과정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가가 상장 후 이틀 연속 급락했고, ‘차기 대어’로 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아예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등 증시 분위기가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엔솔은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시초가(59만7,000원) 대비 9만2,000원(15.41%) 떨어진 50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 30만 원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애초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상장 이틀째인 지난달 28일에도 10.89% 내린 45만 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기업공개(IPO)전 시장 예측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또 다른 ‘초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아예 IPO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달 25, 26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대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진행된 LG엔솔의 수요예측 경쟁률(2,023대 1)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계속 진행했다면,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인 5만7,9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공모 규모는 9,264억 원으로 상단 기준 1조2,112억 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다. 상장 후 시가총액도 4조6,293억 원으로 상단(6조525억 원)보다 2조원 가량 낮다. 이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은 회사가치를 적정하게 평가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았던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구주매출 비중(75%)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한 건설주 투자심리 악화 등이 꼽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 탓에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돼 공모주 청약시장이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카카오엔터도 낙관 어려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증시 입성을 노리던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미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세 번째 IPO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IPO 관련 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하고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업계는 일단 현대오일뱅크가 호실적을 바탕으로 상반기 중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 국제유가 상승세 등 영업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516억 원을 기록, 전년 손실(5,933억 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폭락장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경우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로 공모주 시장을 달궜던 카카오그룹에서는 올해 하반기 카카오엔터 상장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유희열, 유재석 등 유명 연예인의 지분 취득으로 화제를 모으며 일찍부터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설상가상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어, 올해 2분기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쓱(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도 올해 상장을 예고했다. 지난해 쿠팡이 미국 나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상장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시장 환경 때문에 낙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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