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미국 개발사에 240억 투자
블리자드 출신 RTS 전문가들 포진
크래프톤 등도 적극적 영입·투자
국내 게임업계의 해외 유명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불확실성이 큰 자체 개발보단 검증된 제작자 영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안정적인 속도를 가져가겠단 복안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약점으로 지목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이나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도 확보하겠다는 취지도 깔려 있단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26일 유럽 법인을 통해 미국 게임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에 2,000만 달러(약 240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는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등 블리자드의 RTS 명작들을 탄생시킨 개발진 중심으로 지난 2020년 설립된 신생 개발사다. 스타크래프트2의 프로덕션 디렉터였던 팀 모튼, 워크래프트3의 캠페인을 디자인했던 팀 캠벨 등이 포함됐다.
"유명개발자 모셔오자"... 해외로 눈 돌리는 게임사들
사실 해외 유명 게임 개발자가 소속된 스튜디오를 상대로 한 국내 게임사의 대규모 투자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동안 개발자 영입이나 지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개발자 직접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크래프톤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자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당시 기존 한국 개발자 중심의 펍지 스튜디오에 'H1Z1(하이즈)'의 배틀로얄 모드를 만든 브랜든 그린 등 해외 유수의 개발자 영입 등에 힘입어 탄생된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이후에도 유명 호러게임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에 참여했던 글렌 스코필드와 스티브 파푸트시스를 중심으로 지난 2019년 산하 독립 스튜디오 SDS를 설립, 신작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DS는 현재 3인칭 서바이벌 호러 게임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다. 데드스페이스 시리즈가 2013년 3편으로 막을 내린 뒤 호러 장르에 목말랐던 팬들이 기다리는 기대작이다.
스마일게이트도 지난해 7월 댓츠노문(TNM)에 1,000만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댓츠노문은 소니에서 13년 넘게 플레이스테이션 핵심 타이틀을 제작해온 마이클 뭄바우어 등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사다. 넥슨도 지난 2019년 스웨덴의 엠바크 스튜디오를 약 3억8,000만 달러(약 4,600억 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일렉트로닉아츠(EA) 출신의 패트릭 쇠더룬드 등 과거 ‘배틀필드’ 개발진이 다수 포진한 개발사다.
"매력적인 매물 찾는 '눈' 길러야... 투자 후 과도한 개입도 자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름값' 있는 해외개발자 영입 분위기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등 국내 게임사의 부족한 개발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가정용게임기(콘솔) 및 북미시장 등 미개척 분야 진출에 용이하단 이유에서다. 또 RTS와 호러게임 등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 확보에도 효율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격적인 M&A 후 인수한 스튜디오에 대해선 개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성공한 것이 중국의 텐센트"라며 "해외투자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좋은 개발사를 선별하는 '눈'과 투자 후에 개발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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