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노트북·태블릿 들고 와 시험 치러
성적 발표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폭 단축
美 주요大 SAT 의무화 배제 영향인 듯
"No. 2(HB) 연필을 내려 놓으라. 영원히."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미국 대학입학시험 중 하나인 SAT가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는다. 답안지에 연필로 답을 기입하는 기존 방식 대신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PC를 사용하게 된다. 시험 방식이 달라지면서 성적 산출에 드는 시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외국 학생들은 오는 2023년부터, 미국에서는 2024년부터 SAT 시험이 개편된다고 밝혔다. 개편의 요지는 시험의 ‘디지털화’다. 수험생은 자신이 소유한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PC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물론 집에서 시험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감독관이 있는 학교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치르게 된다. 시험 시간이 기존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되고 수학시험 전체에 걸쳐 계산기 사용이 허용된다. 읽기 시험의 지문도 더 짧아질 것이라고 칼리지보드 측은 설명했다.
답안 작성 및 제출이 자동화되면서 채점 및 성적 통보에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스뉴스는 현행 SAT는 시험 실시 후 성적이 발표되기까지 최대 6주가량 걸리는 반면 새 방식의 시험은 수일 내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칼리지보드는 이미 지난해 디지털 SAT 시범 운영을 통해 수험생의 80%가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프리실라 로드리게스 칼리지보드 부회장은 “디지털 SAT는 치르기 편할 뿐만 아니라 더욱 적합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AT가 변화를 택한 것은 미국 주요 대학들이 SAT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말 대입 시험을 3년여 앞둔 8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향후 수년 동안 SAT는 선택 사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시스템(UC)도 지난해 SAT 성적을 입학 및 장학금 대상자 선정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명문 사학을 비롯한 다수 대학은 SAT나 ACT 같은 시험 성적보다는 고교 시절의 학업성취도와 다양한 활동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추세다.
또 SAT 성적이 수험생의 인종 및 가정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지적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대 및 스탠퍼드대 입학담당관 출신인 숀 애버트 템플대 부총장은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SAT 점수를 반영하지 않은 2021년 입시에서 템플대의 유색인종 학생 비율은 직전해보다 3%포인트 증가한 45%로 집계됐다”며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비율이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부유한 가정 출신 학생 중 53%가 SAT 및 ACT 점수를 대학에 제출한 반면 가장 가난한 계층 출신 학생 중 39%만이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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