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숑 작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출간 5일 만에 8,700세트(전 8권) 나가
올해 상반기 서점가 최대 기대작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싱숑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이다. 2018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0년 2월 완결된 장편 판타지소설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이 읽던 소설 속 세계에 던져지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피아 누적 판매 1위와 웹소설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 다운로드 수 1억 뷰를 넘긴 초대형 작품으로, 단일 작품 수입만 100억 원이 넘는다. 동명의 웹툰으로도 제작됐으며 영화 '신과 함께' 제작사에서 현재 영화화가 진행중이기도 하다.
웹소설계 ‘레전드’로 꼽히는 ‘전독시’가 지난 20일 김영사의 출판 브랜드인 비채를 통해 단행본으로 나왔다. 출간 여부가 알려지기 전부터 원작 팬들 사이에서 단행본 출간 요구가 빗발쳤으며, 출간 일자가 공개된 이후부터는 서점과 출판사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을 통해 ‘출간 디데이’까지 알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영사 관계자는 “‘전독시’가 김영사에서 출간된다는 소문이 팬 사이에 돌면서 출판사에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귀띔했다.
기대를 증명하듯 8권짜리 세트(12만8,000원)는 출간 5일 만에 8,700세트가 나갔다. 이 기세대로면 1쇄 1만1,000세트가 곧 소진될 것으로 출판사는 내다봤다. ‘전독시’는 1부 8권 세트에 이어 2, 3부 세트가 올해 안에 연이어 출시될 예정으로, 전체 분량은 20권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권 세트 전체 가격만 30만 원이 넘는다.
이 같은 ‘전독시’의 단행본 흥행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전독시’라는 작품 자체의 팬덤이 크기도 하지만, 최근 웹소설 시장이 성장하면서 단행본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000억 원대로 2014년 200억 원 규모에서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웹소설 시장의 규모를 6,000억 원대로 추산한다. 일반 단행본 시장 규모가 7,132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웹소설 시장이 단행본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행본 시장과 웹소설 시장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최근 단행본 시장이 점차 ‘열성적 팬덤’과 ‘소장용 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연히 웹소설 팬들의 지갑 역시 겨냥 대상이 된 것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단행본 시장이 웹소설 시장의 과실을 얼마나 잘 따먹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전독시’의 경우 기존 웹소설 팬덤이 워낙 공고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만 하면 ‘대박’이 예정된 작품이었던 만큼 출판사 간 계약 경쟁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전독시’가 웹소설을 주로 출간해 오던 출판사가 아닌 종합 대형 출판사인 김영사를 통해 나왔다는 점 역시 웹소설이 출판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전독시’ 1부 8권 세트 1만1,000부가 전부 팔릴 경우 그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출판사로서는 한 해 가장 중요한 농사인 셈이다. 김영사의 경우 ‘전독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웹소설 출판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종합출판사 다산북스 역시 전자책 사업부서인 ‘몬스터’를 통해 2020년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5권 세트를 출간했다. ‘몬스터’의 경우 웹소설의 단행본 출간뿐 아니라 웹소설 작가를 발굴하고 연재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는 등의 매니지먼트 사업도 겸한다.
웹소설의 단행본 출간이 무조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웹소설 단행본이 주로 팬덤 위주로 팔리다 보니 ‘전독시’ 같은 대작이 아니고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수익에 비해 출판 인세는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웹소설 작가들이 출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선인세가 비싸거나 손익이 맞지 않을 경우 웹소설 출간이 오히려 성공 확률이 낮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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