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배달원 부족하니 할증, 또 할증... 배달료 공시한다고 해결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배달원 부족하니 할증, 또 할증... 배달료 공시한다고 해결될까

입력
2022.01.25 04:30
11면
0 0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을 기존 2,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배달대행업체가 연초부터 배달비 기본료를 1,000원 인상하겠다고 통보해온 데다 물가 인상으로 재료값 부담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주문량이 평소에 비해 30%가량 줄었지만 A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A씨는 "배달음식 장사를 해서 요즘엔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번 설 연휴만 해도 배달대행업체에서 할증을 1,000~1,500원 붙이겠다고 공지했는데, 이걸 자체 부담하느니 연휴 동안은 장사를 접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배달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배달원 수는 한정됐는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와 가맹점주, 배달앱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만 1만 원이 넘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배달앱 수수료 공시제를 도입하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연초부터 오르는 배달료에 가맹점주·소비자는 한숨만

2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들은 연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 배달료를 500~1,000원 일괄 인상했다. 배달료는 통상 4,000~4,500원의 기본요금에 주말·심야·우천·폭염 시 할증이 500~1,000원 붙는데, 최근엔 배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000~7,500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생겼다.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배달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도 다음 달 3일부터 기존에 제공하던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새로운 수수료 제도를 도입한다. 가장 기본적인 A형은 중개 수수료 9.8%에 배달비 5,400원을 부과하는 형태다.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높이거나, 수수료를 높이고 배달비를 낮추는 형태도 선택할 수 있다.

배달료 인상 원인 서로 '네 탓' 공방

배달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근본 원인은 결국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이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 자체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쿠팡이츠와 배민1 등이 뛰어든 단건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원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배달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도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달원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쿠팡이츠와 배민1 등 단건배달 서비스는 시간 내 미션을 수행할 경우 많게는 10만 원 넘는 '보너스'를 제공하거나 날씨가 궂은 날엔 건당 1만 원 넘는 배달비를 제시하기도 한다. 기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배달대행업체는 가맹점으로부터 배달료를 더 올려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배달앱은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부담을 높이는 '범인'은 배달대행업체라고 주장한다. 단건배달은 대체로 배달비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배달원에게 제공되는 프로모션과 차액을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에 비하면 배민1과 쿠팡이츠 배달원 수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배달대행업체가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괜히 앱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배달료 매달 공시하겠다는데... 효과 있을까

배달비 인상을 두고 자영업자와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내달부터 배달 수수료를 공시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플랫폼별 배달비를 매달 1회 공개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해 배달료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근본 원인인 '배달원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공시제도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배달료를 낮추면 아예 라이더 배정조차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시제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배달대행업체는 날씨나 주문 수요, 연휴 일정 등에 따라 배달비를 조정하는 데다 지역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월 1회 공시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비가 정해져 있는 단건배달의 경우 공시제가 생겨도 달라질 게 없지만 배달대행은 저마다 배달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눈치가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