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완 PD는 왜 유튜브 콘텐츠를 주목했을까(인터뷰)

현정완 PD가 방송프로그램 연출자로서 유튜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MBC 제공

현정완 PD가 음지에 있던 유튜브 콘텐츠를 양지에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콘텐츠 판도를 열고 있다. K-콘텐츠의 다각도 발전에서 '피의 게임'은 좋은 초석으로 남았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현정완 PD는 본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피의 게임'은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며 최대 상금 3억 원을 두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다. '피의 게임'은 생존을 위해 룰 안에서 저지른 어떤 행동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차별화를 꾀하며 장르물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했다.

현정완 PD는 기획 당시부터 시청률 등 가시적인 성과보다 시청자들이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2년 전부터 꾸준히 기획안을 제출했고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계속 '피의 게임'을 연출하고자 했던 의지는 장르물 마니아들을 위한 마음이었다. 현 PD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OTT 웨이브 기여도와 해외 판권 판매에서는 만족한다"고 토로했다.

유튜버 진용진과의 협업? 내부 반응 긍정적

현정완 PD가 방송프로그램 연출자로서 유튜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MBC 제공

앞서 '머니게임'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웹 예능 기획자이자 구독자 약 22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에 참여하며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음지의 콘텐츠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현 PD는 조심스럽게 "부담은 없었다. 사람들에게 재밌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엔터테이너의 목표는 똑같다. 진용진에게 다른 시선을 배우게 됐다"고 전했다.

방송 프로그램 연출자들의 특성상 긴 호흡을 보지만 웹예능 연출자들은 짧은 호흡과 전개의 기승전결,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목한다. 현 PD와 진용진의 인연은 현 PD의 '직진' 때문에 성사됐다. '머니게임'을 보고 현 PD는 직접 진용진에게 메일을 보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획을 확장시켰다.

유튜버와의 협업에 비판적인 시선이 없었냐는 질문에 현 PD는 "오히려 내부 반응이 더 좋았다. 방송쟁이들이라 편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말 그대로 도전적이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선을 넘을까 말까 하는 점이었다. 지상파는 이제 고루해졌다는 일부의 이야기도 있다. 지상파가 넘지 않으려는 선이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선배 연출자인 김태호 PD도 "잘 보고 있다"는 격려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더 지니어스' 연상? 팬심에서 비롯됐을 것

현정완 PD가 방송프로그램 연출자로서 유튜버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MBC 제공

'피의 게임'은 방송 당시 많은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tvN '더 지니어스'와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로 '더 지니어스'의 팬이라 밝힌 현 PD는 오히려 비교가 기쁘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현 PD에 따르면 모든 프로그램들은 같은 베이스에서 자기 색채를 넣어서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더 지니어스'가 연상됐다면 자신의 팬심 때문이었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출연진 중 비연예인들이 대부분인 만큼 검증도 쉽지 않았다. 현 PD 역시 섭외 과정에서 검증에 대한 고충을 겪었다. 현 PD는 '출연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다양한 성향의 라인업을 꾸렸다.

운동 선수 출신부터 래퍼, 대학생까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이들이 모였고 덕분에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 현 PD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출연진을 꼽았다. 그는 연출자를 떠나 시청자로써 인물들의 신념에 감탄했다. 타 프로그램들과 달리 인물들의 관계, 캐릭터성을 고스란히 담았고 '피의 게임'의 강점으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인물들의 전면을 다 담으려 했던 이유는 '피의 게임'이 소셜 게임이라는 의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등 장르물 유행 이유는?

'피의 게임' 직전 신드롬을 자아냈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도 장르물 마니아들을 만족시켰다. 현 PD는 "촬영 다 끝나고 '오징어 게임'이 공개가 됐다. 그전에 나왔으면 거기 모티프를 차용했을 수도 있다. 매니악한 장르였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는 것이 서바이벌의 일환이다. 그래서 더 장르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라 바라봤다.

종영 이후 시즌2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다. 현 PD는 "시즌1과 내용이 달라야 한다. 아직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계획으로 어떻게 나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창조할 수는 없다. 꼭 두뇌게임이 아니어도 서바이벌 안에서 사람에 대해 한 단계 더 들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