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 학대' 당한 고양이는 다리 절단 위기...가해자는 거짓 해명만 되풀이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 제보글
"재입양→유실→유기" 거짓말 반복
'커터칼 학대' 수의사 소견에 범행 시인
"한쪽 뒷다리 절단, 안구 적출 소견 받아"
제보자, 동물권단체 통해 고발할 예정

충북 청주시에서 한 남성이 입양한 고양이를 커터칼로 학대한 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양이의 왼쪽 뒷다리는 근막과 신경이 끊어져 절단하는 게 낫다는 수의사 소견을 받은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충북 청주시에서 입양한 고양이를 커터칼로 학대한 뒤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대자는 "홧김에 저질렀다"며 장문의 반성문을 통해 선처를 구했으나, 피해 고양이는 왼쪽 뒷다리 근막과 신경이 찢어져 "절단하는 게 낫다"는 수의사 소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고양이를 구조해 입양 보낸 A씨는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사건을 공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생후 2개월령의 고등어무늬 고양이를 구조해 B씨에게 입양보냈다. 그는 최근 B씨 측으로부터 "고양이가 너무 깨물어서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자초지종을 캐묻다가 학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A씨가 의심을 품게 된 것은 피해 고양이가 깨물기는커녕 '골골송'이 잦은 사람 의존도가 강한 개체였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반려인을 신뢰한다는 의미로 비비적대며 '그르렁' 소리를 내는데 이를 골골송이라고 한다.

"재입양"→"유실"→"유기"→"학대" 시인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문자. B씨는 처음엔 "고양이를 유실했다"고 거짓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커터칼 학대'라는 수의사 소견이 나오자 B씨는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A씨의 추궁에 B씨 측은 고양이가 문밖으로 뛰어나가 유실됐다고 거짓말을 했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 A씨가 근처 폐쇄회로(CC)TV를 수색하자 B씨는 "갖다 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아이(고양이)를 찾았는데 많이 다쳐서 수술을 받았다. 교통사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커터칼로 인한 학대'라는 수의사 소견에 그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학대 후 고양이를 기온이 영하인 날씨에 유기했다고 한다. A씨는 "고양이는 일주일 동안 길에서 굶고 있다가 자신을 학대한 B씨가 간식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자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학대자, 선처 구했지만...고양이는 다리 절단 및 안구 적출 위기

커터칼로 고양이를 학대한 B씨는 장문의 반성문을 통해 선처를 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A씨는 B씨가 보낸 장문의 사과문도 공유했다. B씨는 "상처있는 걸 보고 매초마다 많은 죄책감을 느꼈다"며 "짱이(피해 고양이)가 다시 건강해질 때까지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아픈 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 두 번 다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B씨는 "못난 자식이라 그동안 부모님께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이렇게 상처드릴 수가 없다"며 "염치없지만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빌었다.

피해 고양이 '짱이'는 왼쪽 뒷다리, 등, 꼬리에 자상을 입었다. 폭행 후유증으로 눈도 빛만 볼 수 있는 상황. 녹내장이 오면 안구를 적출해야 한다는 수의사 소견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A씨는 그러나 피해 정도를 볼 때 그냥 덮을 수 없는 범죄라고 판단, 동물권단체를 통해 B씨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다리는 신경이 죽어서 끌고다니며 피부가 괴사되는 것보다 자르는 게 낫고, 폭행 충격으로 눈도 빛만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녹내장으로 번지면 적출해야 한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A씨가 올린 사진을 보면 고양이는 등과 꼬리에도 자상을 입었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B씨가 처벌받더라도) 단순 벌금으로 끝날 것임을 알기에 보복이 두렵다"고 걱정했다. 또 B씨가 앞서 키우고 있던 "먼치킨종 고양이도 걱정"이라고 했으나, 이후 입양을 주선한 B씨의 지인이 먼치킨종 고양이를 구조해 같이 집을 나왔다고 댓글로 전했다.

커뮤니티의 다른 이용자들은 "어떻게 홧김에 도륙하다시피 할 수가 있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서 마음 약해지지 말라"며 B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공분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