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서 보고
"고체연료 ICBM 완성단계 아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핵 실험·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시사와 관련해 "북한이 준비하는 대규모 열병식에서 고체 연료를 탑재한 신형 ICBM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고체 연료 ICBM은 아직 완성단계에 이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는 21일 서울 모처에서 김경협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 동향을 보고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제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장기화 속에서도 체제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김일성·김정일 생일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열병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 80주년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광명성절이 내달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2월 4~22일) 중임을 감안하면 고체 연료 ICBM 등장 시점은 태양절(4월 15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정보위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이 2017년 세 차례 시험 발사에 성공한 ICBM은 모두 액체 연료였다. 발사 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징후가 노출되는 액체 연료 ICBM과 달리 고체 연료 ICBM은 언제든지 기습 발사할 수 있어 미국엔 북핵 위협의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명령과 동시에 발사가능한 고체연료 ICBM은 다탄두를 장착하면 미국 전역에 대한 동시 핵 타격도 가능하다.
국정원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하는 와중에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대치 장기화까지 염두에 두면서 향후 무력 시위와 담화전 등으로 긴장 정세를 조성하는 동시에 미국 반응에 따라 추가 행동 수위를 검토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국정원은 "(4월 실시가 유력한) 한미연합훈련 여부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카드를 분석한 결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동창리에서 ICBM을 발사하는 것으로 본다"는 국정원 분석을 소개했다. 그는 "동창리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수 있으며, (동창리는) 복구가 다 돼 있다고 했다"고 했다. 다만 다른 정보위 관계자는 "ICBM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보고받은 바 없다"며 "열병식에서의 공개 가능성만 거론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17일 운행이 재개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화물열차는 매일 1회, 20량씩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수송 품목은 의약품·식료품·건축자재 등 민생 개선 및 건설사업 물자이고, 반입 화물은 의주 방역장 하역 후 소독과 자연방치 과정을 거쳐 출하되고 있다. 중국이 올림픽으로 방역에 예민한 만큼 북한에서 반출되는 물자는 없이 중국에서 반입 물품만 매일 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열차 운행 지속 여부와 관련해선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변수로 북중 간 인적 교류 재개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