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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나무 아닌 숲을 보자

입력
2022.01.2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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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을 앞두고 17일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직원들이 사업주에게 전달할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책자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을 앞두고 17일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직원들이 사업주에게 전달할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책자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27일)이 임박해 오면서 많은 사업장들이 조직과 인력 보강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법 시행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나 경영자에게 과도한 굴레를 씌우는 제도라는 이유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 경종이라도 울리듯 연초부터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3명의 소방관이 생명을 잃었고,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5명의 근로자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긴, 후진국형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만큼 괄목할 성장을 거듭해왔다. 코로나19 대응체계나 K팝 세계화 등 국민적 자긍심을 높일 만한 긍정적인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애써 외면해온 부끄러운 현실이 있다. 산업재해 발생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인명 경시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잣대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가치를 평가하는 풍토가 팽배하니 사업장에서도 근로자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등한시해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작년 초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바꿔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산업재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한 단계 진일보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도입된 일명 '민식이법'과 '윤창호법' 등처럼 생명 존중이 무시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인 셈이다.

물론 30여 년간 유지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역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산업재해 감소라는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려면 현 제도의 틀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같은 입법 취지와 기대효과를 도외시한 채 경영자 처벌 등에 따른 부작용만을 앞세워 법 시행을 반대하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 몇 그루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분들의 존엄성을 가볍게 여기는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제도 시행 전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보다 제도의 운영을 통한 명과 암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간다운 사회,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일은 지금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철우 한국안전기술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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