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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베이징과 대선

입력
2022.01.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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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9일 중국 베이징의 임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소 앞에서 주민들이 줄을 선 가운데 한 소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9일 중국 베이징의 임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소 앞에서 주민들이 줄을 선 가운데 한 소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코앞인데 영 분위기가 안 산다.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19 팬데믹에 개최국 중국을 둘러싼 인권탄압 이슈까지 겹쳐 대회가 탈없이 치러질지도 의문이다.

초라한 대회 전망은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이번 대회 목표는 금메달 1~2개다. 여자 쇼트트랙의 내홍,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임효준의 중국 귀화 등으로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많은 금메달을 안기고, 4년 전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정점을 찍었던 동계스포츠 강국의 현주소라기엔 참 부끄럽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스포츠는 6개월 전 도쿄올림픽에서 근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종합 16위에 그쳤다. 그래도 여자배구의 투혼, 우상혁의 도전 정신, 김제덕의 재기발랄함에 큰 박수를 보냈다. 메달 색깔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호평이 많았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세대교체 가능성을 보고 다시 스포츠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 여론의 반응은 어떨까. 도쿄만큼의 아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거듭된 성적 추락을, 한국 스포츠에 찾아온 암흑기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말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프로야구 직관에 나서 야구광임을 자처했다. 체육 정책에 대해서도 그들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재검토가 화두였다. 스포츠혁신위는 심석희, 고 최숙현 사태를 계기로 2019년 출범, △주말 대회 폐지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최저학력제 등을 권고했다. 실상을 외면한 채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라는 프레임에만 갇혀 체육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교육부는 심지어 2023년부터는 초중고 모두 주중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전면 불허할 방침이라고 한다. 체육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바 납득하기 어렵다. 체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운동할 자유와 인권을 달라는 학부모, 지도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는 "학생선수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유능한 미래의 전문체육인을 양성하며 학생선수 주중 대회 참가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최저학력제 도입, 주중 대회 폐지 및 주말 대회 전환 등이 이루어지면서 학생선수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거나 무리한 스케줄로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현행 고교야구 주말리그 폐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은 선수이기 전에 학습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최고보다 최선에 박수를 보내는 스포츠 문화 조성, 생활체육 기반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적극 공감한다. 다만 외국의 사례에서 봐도 얼마든지 병존할 수 있는 엘리트 스포츠의 싹을 우리 스스로 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엘리트 시스템이 체육계 폭력의 온상이라 지적받았던 건 일부 몹쓸 지도자들의 문제였다. 일련의 체육 정책이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애꿎은 학생들을 볼모로 했던 건 아닌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포스트 베이징에 대처하는 자세, 한국 체육의 정체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성환희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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