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까지 '미술로, 세계로' 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가 '봉인 해제'됐다.
미술품 수장과 전시를 겸하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2000년까지 모은 해외 작품 104점을 선보이는 '미술로, 세계로' 전을 6월 12일까지 연다. 전시작 절반 이상이 수집 이후 수장고에 깊숙이 박혀 있거나 첫 전시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보는 작품들이다.
전시에는 1978년 기증받은 중국 출신 류예자오의 수묵담채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국제 미술 컬렉션인 앤디 워홀의 자화상 2점까지 25개국 작가 96명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104점이 걸렸다.
영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팬이라면 이번 전시는 그의 희귀작을 만날 좋은 기회다. 가로 길이만 3.34m에 이르는 호크니의 1982년 작 '레일이 있는 그랜드캐년 남쪽 끝'은 여러 장의 사진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포토콜라주 작업으로 제작됐다. 전시를 준비한 이효진 학예연구사는 "호크니가 초기 아주 짧은 기간 포토콜라주 작업을 한 터라 남은 작품이 많지 않다"며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에도 포토콜라주 작업물은 없었다"고 했다.
현대미술의 어느 조류에도 속하지 않았던 프랑스 작가 폴 아이즈피리의 정물 두 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화인 '정물'은 색상과 붓의 터치가 강렬하고 비정형을 띠어 자연스러운 반면 석판화인 '꽃'은 꽃의 형태와 색상이 간략하면서도 치밀하게 도안화돼 있다.
누워있는 여성의 나체를 석고로 뜬 조지 시걸의 '침대 위의 소녀 3'도 인상 깊다. 시걸은 1994년 이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내면서 표면을 다듬어 그의 평소 작품과는 달리 신체를 매끈하게 표현했다.
전시작들은 하나의 미술사조로 묶이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을 수집했던 당시 배경을 중심으로 5부로 구성됐다. 필리핀의 대표적 현대미술 작가인 마누엘 발데모어 등 해외 작가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남긴 기증작 위주인 1부와 피카소에 맞섰던 프랑스의 구상파 화가 베르나르 뷔페 등의 판화를 전시한 3부의 50여 점은 대중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4부의 16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 부대행사로 열린 '세계현대미술제'에 참여했던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로, 1990년 지방 순회 전시 이후 이번에 처음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
이 학예연구사는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다수 작품을 모두가 향유하고, 추후 심도 있는 연구로 이어졌으면 하는 취지"라며 "전시를 보면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물론 코로나19로 여의치 않게 된 세계 여행을 하는 느낌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흉물로 방치된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2018년 12월 문을 열었다. 문화예술공간인 문화제조창과 청주공예비엔날레관이 마치 한 건물처럼 청주관과 붙어있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 청주관은 고속버스 정거장('북청주')과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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