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최민식이 버럭한 이유?... "이순신 이모티콘으로 '명량' 홍보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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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근진’ 최민식이 버럭한 이유?... "이순신 이모티콘으로 '명량' 홍보한다니"

입력
2022.01.21 08:00
수정
2022.01.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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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배우의 덜 알려진 면모와 연기 세계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전합니다.

배우 최민식의 영화 속 여러 모습들.

2004년 9월 그를 처음 만났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개봉을 앞두고서였다. 최민식은 그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해외에서도 그의 이름은 뜨거웠다. 출연작 ‘올드보이’(2003)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올드보이’는 여러 관례를 뒤집고 칸에 갔다. 경쟁부문 초청작은 칸에서 세계 첫 상영한다는 불문율을 깼다. ‘올드보이’는 2003년 11월 한국에서 개봉해 이미 많은 관객이 봤다. 초청작들이 공식 발표된 다음 한참 뒤 추가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점도 이례적이었다. 2등상에 해당하는 큰 상을 받기까지 했으니 놀람의 연속이었다. 해외 관객들 역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스릴러의 반전을 언급할 때마다 소환되는 후반부 내용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최민식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잔상이 오래 남을 만했다.

'올드보이'는 최민식 연기 인생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쇼이스트 제공

‘꽃피는 봄이 오면’은 ‘올드보이’와 멀찌감치 떨어진 영화였다.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가 시골 학교 관악부 임시 교사를 맡은 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최민식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예상치도 않게 인생의 봄을 맞은 현우처럼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쉬는 듯한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유롭던 그의 얼굴은 인터뷰 말미로 갈수록 굳어져 갔다. 질의응답 내용이 딱히 심각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질문에 그는 무겁게 답했다. 그의 천성은 무엇에든 진중한 듯했다. 최민식에 대한 첫인상은 엄숙, 근엄, 진지였다. 이후 여러 차례 만났을 때도 그는 달라 보이지 않았다.

최민식의 얼굴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다. 한국 배우 중에서 가장 극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그만큼 드라마틱한 외모를 지닌 배우는 없다. 하비에르 바르뎀 정도가 비견될 수 있을까. 최민식의 얼굴은 딱히 어떤 감정을 싣지 않아도 뭔가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름 하나하나마다 곡절이 담겨 있는 듯한 얼굴이다. 안면근육을 조금만 움직여도 열정과 분노, 연민, 고독, 체념, 살기 등 다종한 감정이 쏟아질 듯하다. 연기를 위해 타고난 얼굴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최민식은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빚어냈다. CJ ENM 제공

최민식의 얼굴에서 찾을 수 없는 건 코미디다. 그의 출연작 이력을 살펴도 웃음과는 거리가 멀고도 멀다. 그나마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긴 그의 영화들은 ‘넘버3’(1997)와 ‘조용한 가족’(1998)이다. 그가 웃기기보다는 동료 배우나 극 중 상황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웃음 제조에 소질이 없음을 일찌감치 깨달았을까.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서 이후 코미디 장르는 없다. 지난해 개막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 ‘행복의 나라로’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강한데, 이 영화 역시 웃음 담당은 최민식이 아니다.

연기 인생에서 여러 하이라이트가 있었는데 가장 빛나던 순간은 ‘명량’(2014)일 것이다. 국내 극장에서만 1,761만 명이 봤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극장이 예전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영 깨지지 않을 수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작은 소동은 최민식의 성정을 다시 확인케 해준다. 젊은 층이 이순신 장군을 좀 더 친밀하게 생각하게 하고, 영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관계자들은 ‘이순신 이모티콘’ 배포를 추진했다. 이모티콘 제작이 흔한 영화 홍보 방식 중 하나였던 시절이라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딱히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민식은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의 면면을 진심으로 그리려 했던 ‘명량’ 제작 의도와 어긋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모티콘 제작은 바로 중단됐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최민식이 가장 최근 선보인 작품이다. 박해일과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봉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의 다음 작품은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다. MBC ‘사랑과 이별’(1997~1998) 이후 24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영화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이 드라마에서 카지노 거물을 연기한다. 역시나 어둡고 무거운 인물이다. 엇비슷한 색채의 연기가 지속되어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유는 누구나 안다. 최민식이니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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